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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국민안전 포기 안행부 … 장관 사표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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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월호 사고 현안보고를 위한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가 14일 국회에서 열렸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강병규 안행부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왼쪽부터)이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김형수 기자·[뉴스1]

세월호 침몰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14일 현안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실세인 서청원 의원이 직접 나서 사퇴하라고 했다.

 안행위 시작부터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 걸리고, 사건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고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공직자의 정신적 타락도 부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패 정부, 공무원이 눈치 보는 눈치 정부”라고 했다. 같은 당의 황영철 의원도 “안전행정부는 행동하지 않는 부가 됐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말 중대하지 않은 본부가 됐다”며 “‘국민안전 포기 안행부’로 이름을 바꾸라”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강 장관이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수색·구조 작업에 관한 한 해경에서 모든 것을 지휘한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게 의원들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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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잘못된 생각이다. 해경이건 해수부건 (재난에 대한) 종합적 통괄 부서는 중대본이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침몰 당일 오전에) 사고를 보고받고도 (경찰학교) 행사를 가지 않았나. 이건 살인미수가 될 수도 있다. 장관은 속죄하고 머리를 깎고 산 속에 들어가 수도하라.”

 서 의원은 “장관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아무것도 없다”며 “장관, 오늘 당장 사표 내세요”라고 했다. 그러곤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도 “무슨 낯으로 여길 나오는가. 오늘 회의를 끝으로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사고 당일 강 장관이 경찰학교 행사에 참석해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며 “배가 가라앉는 시간에 행사에 가서 파이팅하고 웃는 게, 이게 대한민국 장관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야당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총체적 재난 관리의 부실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장관은 이어진 답변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이재오 의원이 “진짜 (세월호) 탑승자가 476명이 맞는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현재까지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구조자와 탑승차량 명단 등을 요구하자 “해경이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가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으로부터 “지금 정신이 나갔는가”라는 고함을 들었다.

 ◆“세월호 침몰 때 의전에 구조 밀려” 논란=이날 새정치연합의 진선미 의원은 안행위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소방방재청이 고위 공무원의 의전(儀典)을 위해 현장 구조 활동에 지장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16일 오전 소방방재청 산하 119상황실과 목포 해경의 통화 녹취록을 통해서다. 진 의원에 따르면 119상황실은 당일 오전 10시34분부터 목포 해경 등으로 전화를 걸어 구조된 사람들을 팽목항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반면 해경은 “지금 사람을 구조하는 게 급선무이고 배는 침몰했다”며 “구조가 우선이니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구조하러 가야 한다”고 반대했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119상황실=“보건복지부,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진도군에 있는) 서거차도는 (내려오는 분들이) 섬이라 못 간다.”

 ▶해경=“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모르겠고 우린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이다.”

 직후 119상황실은 서해지방경찰청(해경)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중앙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팽목항)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다 붕 뜬다”고 압박했다. 상황실은 오전 10시50분 목포 해경으로 또 전화를 했다.

 ▶119상황실=“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들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면 안 된다.”

 ▶해경=“일단은 구조해놓고 무조건 한 사람이라도 바다에 있는 분을 옮겨야 한다.”

 ▶119상황실=“중앙부처에서 팽목항으로 집결 중인데 (구조자들이) 서거차도에 있으면 다 발목이 묶인 상태가 된다.”

 진 의원은 “119상황실은 당시 현장을 찾은 전남소방본부장의 진두 지휘로 구조자를 이송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해경의 구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소방방재청은 이에 대해 “해경에 대한 요청은 의전과는 무관하며 응급 구조를 위한 이송 경로를 알린 것”이라며 “실제 녹취록에는 팽목항에 환자 이송을 위한 헬기와 구급차 등이 집결해 있어 그쪽으로 구조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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