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이적생 똘똘 포항발 'A급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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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에서도 유난히 '프랜차이즈 스타'(팀에 오래 소속해 있고 기량도 뛰어난 간판급 선수)가 많은 팀이다. 지금은 미국 LA 갤럭시에서 뛰고 있지만 홍명보를 포항에서 따로 떼어내 생각하기는 힘들다. 또 군 입대로 지금은 광주 상무 소속이 된 이동국과 1990년대 중반 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선홍(현 전남 드래곤즈 코치) 역시 포항을 대표하는 스타다. 2001년 은퇴한 박태하 역시 포항맨이었고, 독일 빌레펠트에서 뛰고 있는 라데 역시 포항을 생각나게 한다.

그런 포항이 2003년 시즌에는 '이적생 구단'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포항은 2001년 골키퍼 김병지(전 울산 현대)의 영입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에는 이기부.박민서(이상 전 부산 아이콘스).최철우.김상훈(이상 전 울산)을 데려와 이적생 구단의 모습을 갖춰 갔고, 3년째 진행된 영입작업 결과 이제는 이적생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공백을 메우며 팀을 이끌게 됐다.

지난달 23일 시즌 개막전에서 포항은 안양 LG를 맞아 역전을 거듭하는 혈전 끝에 3-4로 석패했다. 패배 자체는 아쉽지만 이날 경기는 그간 이적생 영입을 통해 시도한 포항의 팀 컬러 변신을 확인시켜준 기회였다.

골키퍼 김병지의 어이없는 실수 등으로 네골을 내줬지만, 울산에서 이적해온 수비수 김상훈의 첫골을 신호탄으로 부산에서 옮겨온 우성용이 두번째 골을, 울산 출신 공격수인 이길용이 세번째 골을 기록했다.

26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승리의 주역은 이적생들이었다. 안양에서 이적해온 최윤열의 선제골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한 포항은 우성용의 결승골로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울산을 2-1로 꺾었다. 포항은 30일 부산전에서 비록 1-2로 패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한시도 놓지 않고 부산을 몰아붙였다.

이적생들은 공격 못지 않게 수비에서도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홍명보와 싸빅이 지난해를 끝으로 각각 LA와 성남 일화로 떠난 뒤 수비라인은 포항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이적생 수비수 3총사가 잠재웠다. 월드컵 대표인 부산 출신 이민성을 중심으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를 거쳤던 최윤열.김상훈이 좌우에 가세하면서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안정된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떠나보낸 포항 팬들 가슴의 공백 역시 새로운 포항맨들이 서서히 메워가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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