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밥상 오르는 천수만 바다송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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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천수만씨푸드㈜ 직원들이 양식장에서 건져올린 바다송어를 배로 옮기고 있다. [사진 홍성군]

지난 9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앞 천수만의 가두리양식장. 양식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그물을 들어 올린 뒤 커다란 뜰채로 바다송어를 떠올렸다. 수면 위로 올라온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송어는 힘을 과시라도 하듯 하얀 물살을 일으켰다.

직원들은 건져 올린 활어(살아 있는 물고기)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어린아이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다뤘다. 이날 건져 올린 송어는 3t가량으로 살아 있는 상태로 일본에 수출됐다.

 지난해 남당리 앞 천수만에서는 우리나라 서해안 최초로 바다송어 양식이 성공했다. 어업회사법인 천수만씨푸드㈜는 7개월여간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이날 처음으로 송어를 출하했다. 이번 일본 수출은 천수만에서 양식한 바다송어를 맛본 일본 바이어가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함에 따라 계약이 성사됐다. 9일 첫 출하된 3t을 포함해 11일까지 두 차례 더 출하작업을 진행해 모두 10t(약 8000마리)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강으로 돌아오는 송어는 주로 찬 계곡물에서 서식하는 민물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천수만씨푸드의 윤경철 대표는 10년 전부터 민물송어 양식을 한 전문가로 오랜 연구 끝에 염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송어를 바닷물에 적응시키는 방법(순치 과정)으로 바다양식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바다송어를 양식하고 있지만 담수를 활용한 방식이 아니라 바다에서 직접 양식하는 곳은 홍성의 천수만이 유일하다.

천수만은 태풍 등의 피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민물이 많이 모여들어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장점이다. 게다가 영양염류도 풍부해 질 좋은 바다송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바다송어는 민물송어가 치어에서 출하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리는 것과 달리 6개월가량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성장속도가 그만큼 빨라 소득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찬물에서도 잘 사는 냉수성 어종이어서 겨울철에도 양식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양식어민 사이에서는 2~3배가량의 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어종으로 꼽힌다.

 이번에 일본에 수출한 바다송어는 지난해 10월 들여와 키운 것으로 7개월여 만에 상품성이 있는 1~1.5㎏까지 성장했다. 수출 가격은 1㎏당 1만5000원으로 총 수출액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천수만의 바다송어는 사료에 항생제나 소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무항생제로 식감과 맛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성군은 바다송어가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과 천수만 지역 특화상품이 될 수 있도록 양식사업을 지원·육성할 방침이다.

천수만씨푸드 윤 대표는 “바다송어는 민물송어보다 맛과 육질이 뛰어나 앞으로 서해안 어민들이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활어뿐만 아니라 구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3㎏ 크기로도 양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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