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목 뒤틀리는 사경증, 뇌심부자극술 효과적이지만 다소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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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이 머리가 계속 떨린다고 내원했다. 증상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자세히 살펴보니 단순한 머리 떨림이 아니었다. 목이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돌아가고, 머리를 고정할수록 떨림이 나타나는 사경증이었다.

사경증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목이 돌아가고, 통증을 동반하는 운동이상 질환이다. 다른 말로는 경부 근긴장이상증이라고 한다. 처음 증상은 가볍게 시작한다. 머리가 돌아가거나 툭툭 튀는 현상을 보이고,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 목이 고정되는 현상을 보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목 근육의 경련 횟수와 강도가 강해진다. 걷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증상도 심해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별다른 원인 없이 발병한다. 일부는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발병 시기는 50∼69세다. 대부분 정확하게 진단되지 않아 병원을 전전한다.

근긴장이상증 환자에게 영상의학검사(예컨대 CT나 MRI)를 해보면 병변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하면 뇌기저핵의 이상과 뇌피질의 과활성이 관찰된다. 도파민이나 아세틸콜린 GABA 등 신경전달물질의 부조화가 증상 발현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사경증은 증상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증상척도로 정도를 평가한다. 다른 원인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뇌 CT·MRI·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가족력이 확실하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증상이 나타난 시기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가 시행된다. 가장 흔한 치료법은 보툴리누스독소를 비정상적인 근육에 주사하는 것이다. 그외에 약물치료와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이들 치료법을 병합해 강직성사경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 외에 신경수축을 유발하는 신경을 절제하는 방법도 있다.

보톨리누스독소는 사경증을 나타내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효과는 3∼4개월 지속된다. 보툴리누스독소는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좋으며, 1회 치료로 장시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은 비교적 안전하며, 근력 약화 등의 부작용은 주사 효과가 없어지면서 같이 소멸된다. 그러나 아주 심한 사경증이나 영구적인 효과를 보려면 수술을 받은 것이 좋다.

뇌기저핵의 뇌심부자극술은 비교적 최근부터 사용하는 방법이다. 뇌기저핵에 전극을 심고, 환자 가슴에 부착된 자극발생기로 뇌기저핵을 전기로 자극한다. 전기자극은 기저핵의 비정상적인 활동 패턴을 방해해 증상을 호전시킨다. 이 치료법은 부작용이 적고 자극발생기를 끄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장점이다. 또 환자 증상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극을 뇌심부에 삽입해야 하므로 뇌출혈 등 부작용이 일부 있을 수 있다. 자극발생기의 수명이 5년 정도여서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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