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위조범의 자서전을 출간으로 떠들썩한 영국화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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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마전 나이 8순의 「이탈리아」화가 「기리코」가 자기 그림의 위작에 가담돼 말썽을 빚더니 이번엔 영국에서 지난 25년간 19세기 거장들의 그림 2천여 점을 모작해온 사나이가 그 내막을 폭로한 자숙전을 써내 놀라게 하고 있다.
문제의 사나이는 「페인트」공인 60세의 「톰·키팅」. 영국 해군 화부 출신의 수다스럽고 방랑기질이 있는 이 사나이는 『위 작품의 천로역정』이란 책을 「런던」에서 출판했다. 그가 그려낸 모작 품은 「보나르」「콘스테이블」「도가」「반돈겐」「팡탕·라트르」「포탱」「콩스탕탕·기이」「모질리아니」「만치」「르놔르」「를루즈·로트렉」「뷔야르」 등 비양심적인 화상들이 순진한 그림 복원가나 가난한 화가들을 이용해 그리게 한뒤 이를 똑같이 비양심적인 화랑에 떠맡겨 거액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제 그의 내막을 폭로하는 것은 직업적인 악덕 화상들을 우스개 감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책을 발간한 출판업자는 『「톰·키팅」의 화집』을 별책으로 냈는데 여기에는 그가 그려낸 모작 품 1백66점이 설명문과 함께 실려있다.
일의 발단은 지난해 「런던·타임스」지의 한기자가 19세기 풍경화가 「새뮤얼·파머」의 이상한 그림들을 추적한 결과 「에섹스」에 있는 「키팅」의 작은 오막살이집에 이르게 됐다.
이때 「키팅」은 『그것을 진짜로 여기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면서 미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쉽게 모작임이 판별된다고 귀띔. 『옛날에는 없었던 「아크릴」「페인트」로 그린 그림이라면 그 그림은 당연히 옛 거장들의 그림이 될 수 없을 것이 아닌가』고 했다.
그의 모작 품이 이름 있는 국제화상「소데비」경매장까지 나타났었다는 것을 보면 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던가를 알 수가 있다.
이 가운데 한 작품은 「소데비」에서 2만5천「달러」(1천2백50만원).
「파머」의 그림으로는 최고의 값이었다.
이게 화랑들이 그를 제소하지 않을까 하지만 미술전문가들은 공판이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키팅」은 하루아침에 영웅적인 존재가 되고 「런던」미술계의 불미스런 내막이 폭로될 것을 화랑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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