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각료 교체 없이 500일 롱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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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단 한 명의 각료도 교체하지 않은 채 9일로 취임 500일을 맞았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 내각이 같은 각료 진용으로 500일을 넘기는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이번 2차 아베 내각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2차 아베 내각은 2012년 12월 26일 발족했다.

 물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내각 서열 2인자이자 ‘망언 제조기’인 아소 다로(麻生太<90CE>)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은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 정권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 있었다. 나치 정권의 이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어떤가”라는 막말을 했다. 전 세계적 비판이 쏟아졌고, 국내적으로도 사임 압박이 강했지만 아베 총리는 아소로 하여금 발언을 철회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60%를 훌쩍 넘는 내각 지지율을 앞세워 사임 여론을 무마시킨 것이다.

 건강 문제로 사임할 뻔한 각료도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회생담당상은 지난해 12월 초 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사표를 반려하고 당시 싱가포르에서 열린 각료급 회담에 부대신을 대신 파견했다. 아마리는 수술을 받은 뒤 복귀했다. 이번 내각이 롱런하는 배경은 안정된 지지율과 지리멸렬한 야당들 덕분에 자민당과 아베 총리가 ‘유아독존 1강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각료들 전원이 유지된 기록은 1차 사토 에이사쿠 내각(1964년 11월 9일~1967년 2월 17일) 때와 2차 사토 에이사쿠 내각(1967년 2월 17일~1970년 1월 14일) 때의 각각 425일과 411일이었다.

 일본 정부 내에선 “500일이란 것은 경이적인 숫자”라는 자찬이 나오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6월 말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뒤 개각을 통해 새 진용을 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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