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독을 벗으려는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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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문제가 논란을 거듭함에 따라 일본의 자위대가 동북아세력의 새로운 균형자적 요소로서 「안정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은 헌법상의 제약 등으로 자위대의 창설취지로 보아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요원한 감이 있으나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의사」만 있으면 즉각 과거와 같은 군국주의적 국가로 변모할 수 있다는 「불안요소」로서도 주목을 받고있다. 꾸준히 지위향상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자위대의 좌표와 현지현황을 점검해본다.
「헬밋」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병사들이 수류탄을 양어깨에 걸치고 「트럭」에 가득 찬 채 새벽안개를 가르며 동경시내를 줄지어 달린다.
훈련차 출동중인 자위대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릅뜬 눈과는 대조적으로 시민들은 별로 자랑스러운 눈이나 따뜻한 마음으로 보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자위대는 무척이나 외롭다.
방위청 장관이나 자위대 수뇌급 지도자들은 자위대의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적 비중이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쓰고 있다.
이에 따른 효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관계자들은 서서히 나마 국민의 안보관이 뚜렷해진다고 자부했다.
방위청은 무엇보다도 자위대의 증강이 국민적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 국민 홍보활동에 노력을 쏟고 있다. 「미하라·아사오」 방위청 장관의 경우 1주일에 2회씩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홍보영화를 만드는가하면 수십 종에 달하는 자위대 선전책자도 발간, 누구나 손쉽게 자위대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들 책자들은 특히 청소년들의 기호에 맞도록 편집, 「포킷·북」으로 된 『자위대』란 책자는 「탱크」와 함정, 전투기 내부의 구조와 각종 포탄을 그린 것은 물론 유사시 있을 육·해·공 자위대의 전투 장면을 만화로 싣기도 했다.
『세계의 움직임과 일본의 안전』이란 책자에서는 미국·소련·중공·인도·「프랑스」·영국 등 열강과 일본을 정치·경제·국방 등에서 비교, 현재의 일본이 방위노력에서 얼마나 크게 뒤지고 있는가를 도표로 나타내기도 했다.
40분 짜리 홍보영화에서는 흑한기 북해도에서 「헬리콥터」와 합동으로 「스키」부대가 눈 속에서 훈련을 받는 장면도 나온다.
또 해상 자위대가 구축함에 부녀자와 아이들까지 태우고 대포알을 마구 쏘아 대는 장면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방위청은 외국관광객들에게도 자위대에 관해 거의 일체를 공개하며 각종 기지는 관광「코스」로 되기도 한다.
자위대는 대원들의 정신교육과 기동훈련효과를 겸한 대민 지원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지진을 비롯 천재지변의 복구사업은 물론 국민의 복지와 직결되는 상하수도 개량사업. 도로 및 교량 건설, 방역사업, 심지어는 개인주택 보수사업에까지 지원의 손길을 뻗고있다.
또 낙도에서 환자가 생길 경우 환자의 수송 등에도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육·해·공의 자위대는 각각 일본전체를 9개 지역으로 분담, 각 지방의 도지사가 요청하면 자위대원과 각종 차량·항공기 및 함정도 파견한다.
74년의 경우 일본 자위대는 군사적 목적이 아닌 대민 지원사업으로 모두 7천6백40건에 자위대원 11만5천7백명. 각종 차량 1만3천8백대, 항공기 1천대, 함정 2백30척을 각각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인지 73년 「오일·쇼크」등 「인플레」를 계기로 자위대 지원률은 크게 늘어 자위대원 모집을 위한 가두방송도 없어지더니 요즘엔 우리나라 3군(육·해·공군)사관학교에 해당하는 방위대학의 경우 76년에 무려 35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75년10월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자위대의 필요성을 인정, 56년의 58%에서 크게 안보관이 높아졌음을 나타냈다. 일·미 안보 체제와 자위대의 폐지를 주장하는 극단론은 72년의 16%에서 9%로 줄었다.
그러나 동경의 모 대학교 학생 「나까무라」군(23)은 자위대의 존재에 대해 『「유니폼」을 입은 자위대원과 대포를 비롯한 각종 병기를 대할 때마다 한쪽으로는 자위대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어쩐지 께름직한 느낌』이라고 말해 아직도 상당수의 지식인들까지 자위대에 관해 긍정과 부정의 이중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고있다. 【동경=조동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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