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당들 절주로 재고 늘어가는 「코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천하의 주당이라면 「프랑스」산 「브랜디」「코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불과 인구 8만여 명의 군인 「코냑」에서, 포도로 만드는 귀한 술이기 때문에 「프랑스」는 「생명수」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의 주당들에게 팔아 외화를 톡톡히 벌어들었다. 그런데 「코냑」수출도 세계의 경제불황 탓인지 잘 안 된다니 술꾼들도 모두가 절주를 하는 모양이다.
60년대만 해도 년간소비량이 평균 8%나 불어나 「코냑」지방 사람들은귀중한 생명수가 동이나 다음해의 주문을 걱정할 만큼 즐거운 비명 속에 살았었다. 그런데 오늘날엔 초과생산으로 인해, 또한 수요가 늘지 않아 이중타격을 받고 「코냑」은 하릴없이 지하 고에서 늙어만 간다 는 것. 60년에 2천5백만l의 주정을 생산했던 것이 10년 후에는 4천2백만l,작년에는 무려 8천만l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60년도에 생산량의 80%인 2천만ℓ가 팔렸지만 73년 3천4백만ℓ가 팔린 후 그 이상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류 파동을 겪고 74년부터「코냑」은 고작 3천만여l에서 오늘날까지 맴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코냑」재고는 눈사람같이 부풀어 현재 2억5천만여ℓ가 주당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코냑」값은 그 동안 생산비만큼 올랐다. 60년에 1백l에 1천「프랑」(약10만원)이던 것이 17년 만인 금년에는 2천5백「프랑」(약25만원)으로 1백50%나 뛰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주정을 갖고 40도의 술「코냑」을 만드는 양조 업자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포도를 재배해서 주정을 만들어 오랫동안 묵혀 보았자 소용이 없다. 주조된 다음 5년 이상 묵혀야「나폴레옹」의 딱지를 붙여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레머·마르탱」
「마르텔」「쿠르봐지에르」등「코냑」양조 업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4∼5년 이상 늙은 생명수만 팔기로 한 것이다.
동명의 상표가 붙은 「코냑」은 앞으로 모두 「나폴레옹」이란 늙음을 자랑함으로써 값싼 1∼2년 생이 오히려 귀주가 될 판이다. 「코냑」이 불황에서 허덕임에도 양조업자들은 금년에 주정을 작년보다 10% 더 사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위기해소는 될 수 없고 현재 70억 「프랑」어치(=14「달러」)의 재고는 더욱 커질 뿐이다.
「코냑」위기는 과연 경제불황으로 인한 주당들의 절주 때문 만일까? 현재「코냑」포도를 재배하는 면적은 10만㎞이다.
60년에 6만ha였던 지정면적이 40%나 불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위면적 포도생산량이 배나 늘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소비가 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코냑」포도재배업자들은 몇 해 안가 생명수 「코냑」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당들에게 엄포를 놓는 중이다.【파리=주섭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