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미군철수 전후 서울-워싱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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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진주군의 철수가 마무리될 무렵 미 육군성은 북괴의 남침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검토했다.
육군성이 작성하여 국무성에 보낸『미군철수에 따른 북괴군 전면침공 가능성에 관한 대책들』(1949년6월27일)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정부로 하여금 북괴와 직접협상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룩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미 해군함정이 이따금 한국에 기항하여 한국에 대한미국의 지원의사를 보여주어 북괴의 남침의사를 견제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이 문서는 또 북괴군이 전면전을 벌여와 한국이 이를 저지할 수 없을 경우에는 미군의 군사개입 없이 미국시민을 긴급철수시키고「유엔」안보리에 제소하는 방안을 채택하도록 건의하고 있다.
이 문서를 검토한 합참본부도 한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 가치가 없으므로 한국에서 미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북괴의 남침이 있기 전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육군성이 검토한 방안은『(가)북괴와 직접 협상으로 한국의 평화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를 고무하는 방안 (나)북한지역에 한국의 유격부대를 투입하도록 즉각 계획·조직하는 방안 (다) 미 해군함정이 이따금 한국에 기항하는 방안』등이었다.

<한반도는 전략적 가치 없다>
육군성은 (나)항의 경우 성공할 확률이 거의 희박하고 북괴로 하여금 과잉행동을 할 구실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부적당하다고 결론 짓고 있다.
(가)항의 경우 한국이 강력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북괴와 연정이 구성될 경우 공산주의자들이 침투할 가능성이 있으나 북괴군의 침략에 선수를 쓰고 평화적인 수단으로 분규를 해결하겠다는 노력을 과시하며 북괴의 반대로 실패하더라도 북괴가 자주적이 못되고 소련에 예속되어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고려해 볼만하다고 결론지었다.
(다)항의 경우 미 해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게될 가능성은 있으나 한국정부에 미국의 계속적인 관심의 표시가 되고 북괴에 의한 침략을 억지 할 수 있으므로 미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북괴가 전면적인 남침을 감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육군성은 한국의 정세를 우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북괴군이 현재의 상태에서 기습할 경우 한국군은 이에 대처할 만큼 충분히 조직·훈련·무장되어있다.

<지원약속 어기면 비난 불면>
북괴군은 소련과 중공의 지원 없이 군사작전을 벌일 만한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공산세력들의 전면적인 침략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공산주의자들에게 상실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게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조치든 미국은 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바랑으로 육군성은 북괴군이 남침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다음과 같은 5가지 방안을 장·단점을 들어가며 검토했다.
(가)『미국시민과 군사고문단 인원을 긴급철수 시킨다.』=한국에 대한 계속지원 약속을 지킬 의향이 없다는 선전자료가 되지만 불확실하게 위험한 상황에서 미국의 개입을 극소화할 수 있다.
(나)『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으로서 긴급토의 하도록「유엔」안보리에 상정한다.』=미국이 일방적으로 책임지고 행동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소련의 의중을 시험할 수 있다.
(다)『미군 및 기타「유엔」회원국군이 제재행동에 나서「유엔」이 경찰행동을 하도록 하여 38도선의 불가침성을 회복한다.』=효과적이고도 신속히 원상태로 복귀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군개입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하고「유럽」의 균형이 불안한 상태에서 미국의 군사적 인력·자원 등을 투입해야 한다. 이 방법도 군사적으로 불합리하다. 따라서「유엔」안보리에 제소하는 (나)항의 방법이 실패할 경우에 고려해야한다.

<「이」보다 「실」이 더 많다>
(라)『긴급사태에 따른 한국국회의 특별요청에 따라 한국에 미군이 재 진주한다.』=공산주의의 위협을 받는 합법적인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세계의 반공세력을 고무시킬 것이나 중공으로 하여금 미국에 적대하여 북괴와 제휴할 기회를 제공하고 소련군의 북한지역 재 진주를 정당화시킬 것이다. 또 선전포고 없는 전쟁에 미군이 장기간 개입하게 되므로 군사적 견지에서 불합리하다.
(마)『「트루먼·독트린」을 확대적용 한다.』=일본에 대한 공산주의침투를 억지 한다는 지리적인 의미는 있으나 실제 이득에 비해 막대한 노력과 경비가 든다.
육군성은 이 같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나서『북괴로부터 전면적인 침략이 실현되어 한국이 이를 성공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면 미국정부는 앞서 언급한 (가)와(나)의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미 합참 본부는『전략적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 가치가 없으며 한국에 미군이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 문서를 검토한 뒤 육군 참모총장에게 보낸「메모」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합참본부는 특히「다」항의「유엔」군 편성과 「라」항의 미군 재 진주는『본격적인 군사개입을 초래하게되므로 불합리하다』고 특별히 지적, 군사개입가능성을 전혀 배제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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