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집필 여념 없는 「아더·루빈스타인」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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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피아니스트」 「아더·루빈스타인」옹은 현재 「파티」자택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회고록을 집필중인데 78년1월까지의 완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있다.
지난 2월 90회 탄생일을 맞은 「루빈스타인」은 한때 악화되었던 건강을 되찾아 건강문제는 지장이 없으나 회고록 가운데 나오는 인물 중 이름을 밝히기 힘든 사람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러나 숨기는 것은 질색입니다. 독자에게는 사실을 알려줘야지요. 그렇지 않을 바에야 회고록을 쓸 필요가 없지요. 또 책도 재미없을 거구요.』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회고록집필이 끝나면 자신이 죽은 뒤의 신문의 사망기사까지 써 놓겠다고 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하면 기자들의 일손을 덜어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을 겁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시력약화로 무대를 떠났으나 요즘도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치고 「레코드」를 들으며 음악감상을 한다. 시력이 더욱 나뻐지기 전에 책을 많이 읽어두려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마르셸·푸르스트」「토마스·만」「제임즈·조이스」를 틈틈이 읽고 있다.
아직도 부인 「넬라」여사와 여행 다니기를 즐긴다는 그는 지난해에 고향 「폴란드」를 방문하여 고향사람들과 함께 「스페인」춤을 추어 그들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2차대전이 일어나자 고국 「폴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간 「루빈스타인」은 그동안 「뉴욕」「제네바」 「파리」 등에서 살아왔으나 「파리」만이 정말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한다.
현대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오늘날의 음악이 그대로 장래 음악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또 『오늘날의 음악은 제게는 능력 밖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을 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다.
인생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권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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