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미술가의 이색혼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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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봄내음이 싱그러운 지난 2일, 서울 수송동 서올화랑에서는『혼인의 「이벤트」』라는 이색적인 결혼식이 벌어졌다. 『혼인의 「이벤트」』란 결혼식을 작품화한 것. 일상생활의 가장 일상적인 결혼이라는 사건을 미술의 테두리 안에서 실제로 결혼을 하면서 작품과 동일화시킨 것.
이날 「이벤터」이자 신랑인 장석원씨(26·전북 구림중교사)는 6번째의 「이벤트」전을 가졌던 전위예술가.
신부는 유상선양(22)으로 홍대 휴학중. 13평의 좁은 화랑은 금강경·춘향가·「고고」음악 등 갖가지 음악이 「웨딩·마치」대신 울렸으며, 1백여명의 축하객들도 「시멘트」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자유로운 분위기. 『…「이벤트」는 연극이 아닙니다. 타인에게 「쇼크」를 주려고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과 직결된 예술형태입니다….』
이건용씨(36·전위예술가)가 강의를 하듯 주례를 시작하자 평상복을 입은 신랑·신부가 등장, 4m가량의 흰 종이와 「크레파스」를, 갖다놓는 등 본격적인(?) 결혼식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윽고 주례사가 끝나자 녹음기에 신랑이 미리 녹음해둔 명령에 따라 『혼인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신랑 장씨가 초록색 「크레파스」를 집어 『…나는 나는 오늘 결혼한다. 결혼한다.
나와 결혼하는 여자는 유상선이다. 서령유씨 양반이다』라고 녹음된 「명령」에 따라 백지에 쓰고 있는 동안 유양도 갖가지 「크레파스」로 마음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듣기·쓰기·「테이프」조정하기·걷기 등의 동작으로 이어지던 결혼식은 두 사람의 「이벤터」가 「키스」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예물은 세탁비누 2장, 원고지가 교환되어 결혼식장은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신랑·신부의 자유로운 복장과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양가 어머니들은 연두빛·분홍빛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 눈길을 끌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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