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말하는 원인과 치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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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일찍 사춘기(2차 성징)를 맞는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어린이는 2006년 6400명에서 2010년 2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성조숙증이 있으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충분히 자라지 못할 수 있다”며 “급격한 신체 변화 때문에 우울증이나 집단따돌림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을 제때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자녀의 성장 상태를 알아보는 게 어떨까.

성조숙증은 대부분 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 같은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으면 생기는 비만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체지방이 쌓이면서 높아지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수치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영양은 과하지만 운동은 부족해지면서 비만 어린이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2010년 10.9%로 상승했다. 박 원장은 “특히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는 혼자 노는 데 익숙해 활동량이 적다”며 “소아비만의 90% 이상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만·스트레스가 위험도 높여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TV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다 늦게 자는 버릇도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복합적인 원인이다. 박 원장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생체시계를 교란시킨다”고 말했다.

잠자기 전 TV 시청이나 인터넷 게임으로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되는 것도 문제다. 박 원장은 “자기장에 장시간 노출되면 멜라토닌 호르몬이 감소한다”며 “이 호르몬은 어린이의 성적 성숙을 늦추고 사춘기가 일찍 오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했다.

아이의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빠르면 부모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성조숙증은 결과적으로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 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 성인이 됐을 때 예상 키보다 5~6㎝ 작을 확률이 높다. 자녀의 성인 키는 엄마·아빠의 평균 키에 남아는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빼면 예측할 수 있다. 생활습관과 부모 중 누구를 더 닮았느냐에 따라 ±5㎝의 편차가 있다.

성조숙증은 키 성장뿐 아니라 정서적 문제를 동반할 우려도 크다. 박 원장은 “몸은 어른인데 정신연령은 아이에 머무르다 보니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래보다 덩치가 크다 보니 어른 흉내를 내고 성에 대한 인식이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 성적이 부진해지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인진·산약으로 성호르몬 분비 조절

한 어린이가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휴버운동을 하고 있다.

아이의 성조숙증을 파악하려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기거나 몸무게가 30㎏ 이상일 때, 만 10세 이전에 초경을 하는 경우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성조숙증 어린이의 93%는 여아다.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관찰되면 검사를 받는다. 부모 키가 크지 않은데 아이가 만 5~6세 때 평균보다 3~4㎝ 더 자라도 성조숙증을 의심한다. 박 원장은 “여아는 초등학교 2학년, 남아는 4학년 전에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의 해결책은 조기 발견이다. 성장이다 진행된 뒤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실제 나이와 뼈 나이를 비교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최근에는 한방 성조숙증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원장은 “아이의 체질에 맞는 한약과 운동·식이요법을 처방한다”며 “인진·산약 등 20여종의 한약재를 배합해 만든 성장탕으로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2차 성징을 늦춰 성장 기간을 늘려주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초경 후 2년이 지나면 성장판은 닫힌다. 박 원장은 “성조숙증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양섭취와 숙면, 운동과 스트레스 조절 같은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며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이런 증상 있으면 성조숙증 의심해야

□ 비만이다
□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 같은 고지방 음식을 즐긴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다
□ TV 시청, 인터넷 게임 등 시각적인 자극을 즐긴다
□ 생활이 불규칙하다
□ 체중 미달로 태어났거나 모유를 못 먹었다
□ 몸에 열이 많고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 엄마 키가 152㎝, 아빠는 164㎝ 이하다
□ 오후 10시 이후에 잔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사진="서정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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