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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서두르는「불화남편」|남자에만 불리해질 서독 새 이혼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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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최근 서독의 변호사 사무실에는 이혼소송을 맡아달라고 갑자기 몰려드는 기혼 남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파탄 직전에 처해있는 이혼 지망 남자들이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신 이혼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혼을 완결 짓고자 안간힘을 다해 서두르기 때문이다.
서독에선 『이혼이 결혼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진 통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3배나 넘는 이혼율이 일어나는 배경은 어디에 있는가.
새 이혼법이 「남자 잡는 법이라 할만큼 지나치게 남자 측에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불화로 고민하는 남자들이 7월 1일 이전에 현행 이혼법에 따라 보다 값싸게 이혼하고자 하기 때문.
부인이 산장에서 「스키」선생과 동참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후 이혼을 서두르고 있는 한 기업가는 7월 1일 전에 이혼소송이 매듭지어질 경우 부인에게 한푼의 위자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소송이 끝나지 않을 경우 그는 24만「마르크」상당의 「방갈로」의 반과 15만「마르크」상당의 주식의 반을 불륜의 부인에게 위자료 조로 주어야함은 물론이고 그 밖에도 부인에게 노후 부양비의 반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고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그들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전담해야된다.
철학전공의 대학생 「마이에」군(22세)은 우연히 같은 대학의 여학생 「샬로테」양(19세)과 친해져서 혼인했지만 2년만에 파경을 맞아 이혼을 결심, 소송 중에 있다. 「마이에」군은 7월 1일 이후에 이혼이 성립된다면 여자의 생활비를 대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자 측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학비까지 물어주어야 할 처지라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숨.
현행법상으로도 서독 남자들은 가정불화로 아무리 속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이혼 후에 짊어지게 될 십자가(?)를 두려워해 함부로 이혼을 들먹일 수 없었는데 새로운 법은 한술 더 떠 남자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고 반대로 여자 측에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규정한 것.
따라서 이혼지망 기혼 남성들은 악착같이 7월 1일 이전까지 이혼을 성사시키려고 버둥대는 반면 이혼을 해야할 처지에 있는 부인들은 아프다든가 또는 재 증거 제시 요구 등 별별 핑계를 내세워 약속한 법정 출두일을 낭패로 만들어가며 이혼 일정을 7월 1일 이후까지 질질 끌어가기에 고심하는 진풍경이 법원 주변에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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