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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보다 억울함 앞세우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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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세월호 참사 와중에 정부 부처들이 보인 엇박자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못잖게 질타를 받는 데가 교육부다. 23일엔 결정타를 맞았다. 참사 직후인데도 경기도교육청 관내 교장 승진 예정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5박7일 일정의 해외 연수를 강행하려다 뒤늦게 보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연수 협조 공문을 받은 일선 학교에선 “(단원고를 관할하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이 시점에 해외 연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사고 직후부터 부실·뒷북 대응으로 연일 눈총을 받았다. 교육부가 올 2월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106쪽짜리 수학여행 매뉴얼엔 버스 이동 시 안전 교육 내용만 포함돼 배·항공기로 단체 이동하는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도 “배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하라는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태안의 사설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숨진 사고 이후 매뉴얼을 강화했다지만 구멍이 뚫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한 것도 급조한 근시안적 대책이란 지적이다. 교육부는 올 2월 부산외국어대 경주 리조트 참사 때도 대책이라며 신입생 대상 행사부터 금지했다. 사고 원인을 깊이 파고들어 근본 대책을 마련하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엔 “교육부 논리대로라면 진도 앞바다를 지나는 모든 배도 운항을 전면 중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글이 올라왔다.

 교육부 헛발질에 한술 더 뜬 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바닥에서 울부짖는 진도 체육관 현장에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다 곤욕을 치렀다. 희생자 빈소에 조문할 땐 수행원이 “교육부 장관이십니다”라고 ‘의전’을 하는 바람에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고 학생·학부모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주무 장관이 오히려 상처를 들쑤신 꼴이다.

 교육 공무원들도 세월호 참사 현장 곳곳에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 비상용 노란 점퍼를 입은 채 “사회 시스템 문제지 솔직히 우리 잘못은 아니지 않나” “왜 우리는 열심히 해도 욕만 먹나”며 억울함을 늘어놓는 대목에선 선뜻 수긍이 안 간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 안전에 불감했던 정부와 사회 전체의 문제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포함한 교육 영역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관리·대처 부실은 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 상황에서 교육부는 열심히만 해서 될 게 아니라 제대로 해서 국민의 인정을 받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고 재발을 막을 꼼꼼한 학교 안전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첫걸음이다. 고개 숙여 반성하기보다 억울해하는 모습이 더 도드라지게 보여서 하는 얘기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