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대표라는 송정근, 알고보니 새정치연합 후보 … 현장에 가짜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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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근 학부모 대표 “(정부가) 아무것도 안 알려줘” (MBC 인터뷰)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의원 후보 … 논란 커지자 사퇴

세월호 구조작업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전문가나 실종자, 유가족 행세를 하는 ‘가짜’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을 대표해 언론과 인터뷰하거나 행사의 진행을 맡았던 송정근 세월호 임시학부모대책위원회 대표는 학부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송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단원고 학부모들을 방문했을 때도 학부모대표 신분으로 박 대통령 옆에 서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은 “학부모도 아닌 사람이 대체 왜 대표를 하고 있는 건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송 대표가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안산시 제4선거구에 도의원으로 출마한 전력이 알려지자 선거에 이용하려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됐다.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는 “난 학부모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안산에서 청소년보호 및 지도활동을 했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에서 도우러 간 건데 오해를 받아 도의원 후보를 사퇴했다”며 “대표도 학부모들이 부탁해서 임시로 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의 단원고 학부모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 왜 학부모 대표를 맡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 대표는 얼마 전 M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애들은 바닷속에 있는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학부모 행세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분노와 실망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20일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 항의방문 시도가 그랬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 조모군의 친형 조원선씨는 21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항의방문은)외부인들이 부추겼다”며 “군대에서 행군하듯 했는데 웃긴 건 학생들이 그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나가세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라고 부추겼다”고 밝혔다. 한 실종자 관계자도 “가족들이 극도로 분노한 상태인 것은 맞지만 체육관 단상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중엔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도 서로 믿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프락치가 주변에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홍가혜 민간잠수사 “약속한 구조장비 지원 안 됐다” (MBN 인터뷰)사실은 잠수사 자격증도 경력도 없어 … 잠적했다가 경찰 자진 출석

  MB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잠수부로 나와 ‘정부가 민간잠수사들의 구조활동을 막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홍가혜씨 주장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민간잠수사 자격증이나 경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홍씨는 경북 구미에 잠적해 있다가 20일 자진 출석해 목포경찰서에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22일 홍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홍씨는 방송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MBN 출연한 게 그렇게 부럽냐. 꼬우면 너네들도 현장 와서 얼굴 맞대고 얘기해 보든가. 이러다 나 영화배우 데뷔하는 거 아닌가 몰라”라고 남겨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행위들에 대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망상적 사고를 동반한 성격장애로 거짓말을 통해 불안정한 정체성에 만족을 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에게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배에서 꺼내 주겠다”며 접근하는 가짜 잠수사 ‘브로커’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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