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당뇨병 치료제, 심혈관 합병증 높이는지 확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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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으로 인한 가슴통증이나 뇌졸중으로 응급실을 찾는 당뇨병 환자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더 많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러한 일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혈당이 계속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망막병증·신기능장애 등의 합병증으로 치명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는 합병증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안전성이 당뇨병 치료 분야의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의 50~80%를 차지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심혈관질환 예방·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일반인보다 2~4배 높다. 따라서 일반인보다 더 철저하게 심혈관질환 예방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특히 복용하는 당뇨병 치료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일부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계 합병증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퇴출된 사례도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부터 새롭게 출시되는 당뇨병 치료제에 심혈관 위험 증가와 연관이 없음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FDA의 이런 방침은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안전성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안전성을 다룬 연구가 등장했다.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인 20%가 참여했다. 해당 연구는 당뇨병 치료제 ‘알로글립틴’이 중증 심혈관계 질환인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을 경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최근 진행된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이 연구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해당 치료제가 심혈관질환 사망이나 심부전에 있어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치료제의 개발·보급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해 줄 수 있고, 안전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에 안전한 당뇨병 치료약이 있다고 해도 생활습관이 좋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는 계속 존재한다. 여러 특히 젊은 남성 당뇨병 환자는 바쁜 사회생활을 핑계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멀리해 불시에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삼백(三白) 음식(백미·밀가루·백설탕)과 술을 피하고, 주 3~4회, 1회당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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