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세제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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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재무위는 그 동안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던 세법개정안을 드디어 심의하기 시작했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은 이미 충분히 제시된바 있으므로 마땅히 수정되어야 하고, 또 수정될 여지가 있는 부분은 모두 노출된 셈이다. 그러므로 국회가 각계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해서 납세자의 고충을 충분히 덜어 주는 동시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합리적으로 지원하는 조정역할을 충실히 해주어야 하겠다.
원래 국회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과도한 조세징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세법개정안의 적절한 심의야말로 국회가 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자 과제임을 의원 제씨는 깊이 인식해야 하겠다. 국회가 세법개정안의 심의에 있어 이 같은 사명감에 투철하기를 새삼 강조하는 소이도 바로 국회의 전기한 바와 같은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번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소득세는 소득의 원천에 따라서 일단 분리, 과세되고 난 후에 다시 종합소득세로 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른바 재산소득이라 할 이자·배당금 등은 내자동원이라는 명분 때문에 5%과세로, 모든 것이 끝나게 돼 있어 소득종합에서도 제외키로 돼 있다. 그런데도 유독 근로소득에 대해서만은 기초공제가 명목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급진적인 누진율을 적용키로 돼 있어 실질적으로 「인플레」압력과 봉급조정에 따른 소득계단의 상승이라는 2중의 중세장치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 불공평이 비록 한꺼번에 시정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단계적으로나마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우리 경우처럼 세제개혁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예는 타국에는 없다. 개혁심의도 보다 신중해야 되지만 개정의 과정도 세목별로 단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서는 그 동안 수차에 걸친 세제개혁을 거듭했음에로 불구하고 이 문제가 조금도 전진의 빛을 보이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세정당국은 세제를 개혁할 때마다 세수결합이 너무 커서 정부 원안대로 세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큰 파탄이 나는 것처럼 주장해 왔던 것이지만, 적어도 근로소득세의 징수실적은 세제개혁자료로 제시된 추계치와는 전혀 부합이 안된 채 상식 밖으로 초과징수 되기만 했던 것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으며, 때문에 이번 국회는 무엇보다도 이처럼 나쁜 관행을 시정하는 선례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세수추계를 잘못해서 미안하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세법개정이 안되도록 성실하고 철저한 세법심의를 해야 할 의무가 바로 이번 국회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세법개정작업에서 깊이 검토해야 할 과제는 부가가치세제의 경제적 결과라 하겠다. 이 세제가 전진적인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제가 거시적으로 보다 능률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사실 자체를 가지고 그것을 곧 시행해야 한다는 이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물가체계에 대한 파급효과·산업별로 성장과 소비를 야기 시킬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국민생활에 전면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이 세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나 금융의존율이 높은 기업, 부가가치율이 높은 산업의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체질에는 적지 않은 득실을 야기시킬 여지가 큰 것이므로 지금의 산업구조나 기업체질을 전제로 할 때 세제상의 능률이나 표면적인 합리성 확보라는 좁은 시야에서만 다룰 성질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컨대 세제문제는 증세수단이나 증세기술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적인 넓은 시각에서 다뤄 공평성을 제고하고 우리의 경제현실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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