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高운임…우려가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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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라크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돌입함에 따라 해운.항공 운송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고유가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등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지난 28일 중동지역 진출업체와 함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하고 금융지원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진정되던 기름값이 더 오르면 무역수지 적자가 1~2월 평균 무역수지 적자(2억4천만달러)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유가격(두바이산 기준)이 배럴당 30달러가 되면 연간 60억달러 규모의 수입증대 효과가 나타나 무역수지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무역업체들은 중동행 화물 운송 요금이 평균 30% 올라 비상이 걸렸다.

30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동북아~중동 항로를 취항하는 17개 선사의 모임인 중동선사협의회(IRA)는 정기선 기본 운임을 다음달 1일부터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당 8백50달러에서 1천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다 기름값 인상분을 반영해 할증료를 70달러씩 일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또 컨테이너당 54달러였던 전쟁 위험 할증료도 31일부터 97달러로 올리고 일주일 후 재조정키로 해 운송요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9백54달러로 보내던 부산~두바이 화물에 최소한 1천2백17달러를 내야 하는 등 중동 항로 화물 요금이 27~33%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항공화물 역시 전쟁 위험과 기름값 할증료를 반영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터진 후 싱가포르항공과 루프트한자 등이 화물 1㎏에 10~25센트의 전쟁위험 할증료를 물리고 있고 노스웨스트 등에서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화물에 대한 유류 할증료를 다름달부터 1㎏에 15센트에서 20센트로 올리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9.11테러 직후부터 보안 할증료(1㎏에 10~15센트)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다.

보험료도 들썩거리고 있다. 로이드 등 재보험사들은 선박 가격의 0.5% 수준이던 선박에 물리는 보험료를 이미 3.5% 수준으로 올렸고 일반 상선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경우 최고 5%까지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전쟁위험 할증료가 재조정되면 운임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중동지역 수출업체들은 걱정하고 있다.

하주협의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할증료가 10센트 오를 경우 항공운임이 평균 7% 인상된다"며 "국내 항공사가 기름값 할증료 제도를 시행하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채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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