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고도성장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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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착실한 성장」에서 「고도성장」정책으로 바뀌었다.
76년 총자원예산(ORB)에서 정부는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와 국제수지의 안정을 이룩하겠다는 기본방침에 따라 경제성장율을 7∼8%로 책정했었다.
그러나 수출의 급격한 신장으로 1·4분기 중 GNP성장율 15·9%, 상반기 중 14·2%를 기록했으며 경기가 하반기에도 계속 좋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연간성장목표를 11%로 3·4% 올려 잡고 이를 뒷받침할 성장통화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안정기조의 유지를 정책의 최우선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안정에 대한 위협을 감수하면서 정책기조를 바꾼 것에 첫째 우리 형편이 수출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하나는 상반기 중의 경제시책 운용실적에 비추어 볼 때 고삐만 잘 잡으면 안정기반을 크게 해치기 않고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선 국제수지를 보면 상반기 중 수입규제강화와 수출호조로 경상수지적자폭이 3억5천만「달러」수준에 머물렀으므로 하반기에 수입규제를 다소 완화하고 해외로부터의 물자공급을 늘리더라도 연간 경상수지적자는 13억4천만「달러」수준에 머물러 당초 목표했던 14억7천만「달러」적자에 비하면 오히려 호전된 상태다.
물가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통화의 추가공급이 필요하며 유동성의 증가는 물가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몇 가지 시책을 제시하고있다.
즉 통화량증가율을 25%수준에서 엄격히 유지하고 외환부문의 유동성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단기차입, 수출선수금, 현금차관을 규제하며 재정운용을 견실하게 하여 4백20억원의 흑자를 남기도록 하겠다는 것 등이다.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은 수출이라는 무기로 성장·물가·국제수지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하반기 경제의 안정적 운용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수출 제1주의에 따라 내수공급의 부족을 일으켜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72, 73년대와 같은 파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둘째, 하반기 추경·추곡수매자금의 방출 등 재정「사이드」의 통화증발요인이 그대로 남아있고 특히 추곡수매가를 상당수준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므로 물가압력은 가중될 전망이다.
셋째, 고율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수입수요가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정부도 수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해외로부터의 물자조달의 통로를 넓힐 방침이다. 한편 국제원자재가격은 73년 자원파동당시와 유사한 속도로 상승하고있고 국제수지면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사태를 낙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주고 있다.
넷째, 이제까지의 물가행정이 행정력에 의한 직접규제에 의존함으로써 잠재적 인상압력을 받고있는 품목이 많은 만큼 하반기까지 계속 기업의 출혈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계속 인상요인을 억눌러 올해에는 물가억제목표를 달성한다해도 그 주름은 내년에 파급, 4차 5개년 계획의 첫해부터 안정유지에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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