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대책 없는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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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임영조 (1945~) "대책 없는 봄" 부분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흰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봄 대책'이 있는 사람 나와보라고 해. 그러면 하늘의 천사들이나 결정적일 때도 침묵만 지키고 있는 '숨은 신'외에 무엇이 나올 것인가.그렇지만 흰빛으로 포복하며 달겨드는 조팝나무.백목련.배꽃.찔레꽃, 그 눈부신 흰 꽃보라 앞에서는 질려서 눈을 감을 걸. 우리네 봄은 모두를 쥑인다고.그래서 허리는 욱신거리고 어지러운 거야.임영조 시인의 쾌유를 빕니다.

강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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