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어린이 돕기 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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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는 전국 4백25개 불우 어린이 시설에 수용중인 4만2천2백여명의 어린이 가운데 1만3천5백명을 사회 각계 인사와 공무원·단체 등과 결연케 하여 교육비와 양육비를 후원해 주도록 하는 「캠페인」을 국민 운동화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운동은 지금까지 외국인들에게 크게 의존했던 후원이 점차 줄어드는데 대비하고 우리의 국력 또한 어느 수준에 신장된 만큼 우리 스스로 불우한 어린이들을 돌봐야 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의 사회 복지 부문에 보다 강점을 두기를 기대하는 우리로선 정부가 앞장선 이 운동의 성과를 함께 격려코자 한다.
더구나 메말라 붙다 시피한 우리 주위의 사회 풍토를 사랑을 베푸는 풍토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알다시피 고아와 부랑아들은 6·25사변 후 크게 늘었다가 70년을 고비로 줄기 시작했으나 미혼모의 증가로 기아는 오히려 해마다 늘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 또한 같은 추세로 늘어나고 있어 이 문제는 비단 『애정의 확대』라는 의미를 넘어서 주요한 사회 정책의 차원에서 다루어 져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유독 이 분야는 정부 당국에 의해서도 소홀히 다루어져온 감이 없지 않았으며 국민의 관심이나 호응 또한 적었다.
4백25개 아동 시설에 투입되는 연간 77억원의 지원비 가운데 25·9%를 외국 기관 또는 외국인이 지원하는데 비해 국고 지원은 기껏 양곡 지원으로 20%,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28%를 겨우 뒷받침하고 있고 기타 국내 모금과 독지가들의 후원이 6% 밖에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로도 명백하다.
외국인과의 결연 어린이는 과거 5년 동안 6천명이 줄었고 외원액도 71년도에 20억원에서 16억원으로 떨어졌으나 아직도 2만7천5백명이 넘을 만큼 많지만 국내 인사와 결연 관계에 있는 불우 어린이는 1천7백57명에 불과하다.
정부 주도의 국내 결연 「캠페인」이 과거에도 몇 차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보잘 것 없었던 것은 관주도의 운동을 민주도로 연결하여 토착화하는 노력이 결여되었고 결연을 저해하는 사회의 여러 요인들을 제거하지 못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 여러 나라는 참여 정신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 국내에서 벌어지는 걷기 운동에서도 외국인이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 사이에는 사회적인 유대 의식이 부족하고 「우리」라는 개념이 가족·친지·동창·이해 집단에 국한하다 시피 매우 좁다. 따라서 이 점에서도 꾸준한 사회 계몽과 성인 교육을 통해 참여 의식을 불어넣는 운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 고아원 등 육영 기관의 일부 운영자들이 후원자들의 성금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나쁜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어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엘리트」층의 대거 참여가 바람직한데도 자선은 부유층만이 해야하는 것 같은 관념과 반발 의식 등이 작용, 운동을 토착화하고 국민화하는데 장애가 되어 왔다.
따라서 이 운동의 성패는 앞으로 관 주도에서 불붙인 운동을 민주도로 유도하는데 있고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계몽이 토착화 할 때까지 꾸준히 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아의 신 발생을 막기 위해 미혼모의 사건 상담 기관인 아동 상담소 등을 확대하고 불우 어린이들의 결연 사업을 가정에 양육하는 위탁 보호와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는 고용 위탁의 방향으로 장차 전환 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돈만 대주는 「스폰서·쉽」은 어린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집단 수용의 형태여서 사랑의 결핍을 느끼게 되고 자립 정신을 키워 꿋꿋한 사회의 역군으로 성장하는데 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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