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흐름 꿰려면 IT 같은 이공계 진학이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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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벤처 1세대인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가 이공계 후배들을 위해 자기계발서를 냈다. [박종근 기자]

고등학교 학생은 둘로 나뉜다. 문과와 이과. 그런데 백일승(59) 더하기북스 대표에 따르면 또 하나의 부류가 있다. 적성이 자신에게 맞는지 불안해하는 ‘애매한 적성’의 학생들이다. 특히 취업을 위해 이과를 선택했지만 수학·과학 공부에 애를 먹는 경우 그 ‘적성’ 타령은 심해진다. 그런 학생들에게 백 대표는 자신의 저서 『바보야, 이제는 이공계야』에서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한 능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실력이 쌓인다”고 위로한다.

 백 대표 역시 문과도 이과도 아닌 ‘애매한 적성’의 소유자였다. 그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대기업 조선소에 입사했다. 하지만 부전공인 ‘무역학’을 살려 입사했기 때문에 배를 건조하는 곳이 아닌 무역부에서 근무했다. 그가 적성을 발견한 곳은 우연히 들른 워드프로세서 전시장이었다. “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을 저 기계가 다 하더라고요. 그때 컴퓨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1981년 한국IBM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백 대표는 “뒤돌아 보니 적성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걸 찾았을 때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도전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94년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시티(당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또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 자신만의 콘텐트 없이는 하청을 거듭하는 IT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당시 널리 보급되던 인터넷 기술과 게임 콘텐트를 합쳐 온라인 게임 분야에 뛰어들었다. 초창기에 ‘레드문’ ‘워바이블’ 등의 게임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넥슨·NC소프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과 스포츠를 결합한 ‘프리스타일’이라는 온라인 농구게임으로 결국 역전의 기회를 마련한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한 번에 모든 걸 걸기보다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죠.” 2011년에 발 빠르게 내놓은 모바일게임(‘룰더스카이’)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12년 경쟁업체인 넥슨에 회사 보유 지분을 수백억원에 넘기면서 백 대표는 자산가로만 머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출판사 대표로 다시 돌아왔다. 2009년 간암으로 투병할 때 건강이 좋아지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걸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공계 분야와 친숙해질 수 있는 대중적인 서적들을 펴낼 예정이다.

“실력은 적성이 아닌 경험을 통해 키워진다. 지루하지만 끈기 있게 이공계 분야를 공부해두면 미래에 IT·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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