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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전망도 헛짚은 IM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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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라가르드 총재

국제통화기금(IMF)의 헛다리 경제 전망 리스트에 하나를 더하게 됐다. 영국 경제 처방이다. IMF는 8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영국의 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1.9%로 전망했던 것을 올 1월 2.4%로 높인 데 이어 또다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도 2.5%나 된다. 영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적어도 올해는 영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우뚝 선다는 얘기다.

 사실 영국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IMF의 골칫거리였다. 경제 성적표도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IMF 처방을 따르지 않았다. IMF는 재정을 더 풀어 경기를 부양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지만 영국은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 기조를 고수했다. 급기야 지난해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영국은 격분했다. 사실 당시 영국으로선 긴축 기조를 포기할 형편이 아니었다. 본질이 재정위기였던 그리스발 경제위기는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었다. 영국은 재정적자 감축 총력전을 통해 불길이 넘어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국은 대신 법인세 인하와 공공부문 지출 억제 등 우파적 개혁을 지속했다.

그 결과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민간 소비가 늘면서 경기 회복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IMF와의 정면대결에서 영국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상대가 영국이어서였을까. 이번엔 IMF가 반쯤은 사과를 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에게 “우리 예상이 너무 비관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변명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일이라는 것이 리스크를 보고 경고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리스크는 실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IMF는 끝까지 훈수꾼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기업 투자와 수출은 여전히 실망스럽고, 신용완화 정책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비판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영국의 1분기 산업생산은 0.9% 증가한 것으로 이날 발표됐다. 2010년 2분기 이래 최고치다. 영국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투자계획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IMF의 체면은 구길 대로 구겨졌다. IMF는 한국 경제도 오판한 전례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다. 당시엔 무리한 재정긴축과 고금리를 강요해 한국 경제를 ‘오버킬(overkill·과잉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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