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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혼모 월 15만원 지원 … 주거비도 주는 스웨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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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상대(19·가운데)군은 부산광역시 재송동에 있는 위탁 가정에서 아버지 이원석(47·왼쪽)씨, 어머니 곽희자(47·오른쪽)씨와 함께 12년째 살고 있다. 이씨 부부에겐 직접 낳은 딸 과 아들 도 있다.

김지선(21·여·가명)씨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1998년 외환위기 때 포항에서 조선소 하청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다. 어머니(42)마저 일자리를 찾아 경기도로 떠났다. 김씨와 남동생(18)은 부산에 있던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김씨가 9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양육권은 어머니가 가져갔다. 김씨 남매는 충남 천안에 있는 외갓집으로 들어가 3년을 살았다. 조부모와 이모가 함께 있는 방 3칸짜리 아파트였다. 택시 운전을 하는 외할아버지, 공장에서 일하는 외할머니,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이모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지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이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다.

 3년 뒤 부산에 있던 할머니도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할아버지도 실직 상태여서 김씨 남매를 맡기 힘들었다. 김씨 남매는 보육원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딱한 사정을 들은 주민센터 공무원이 이들을 대신해 ‘가정위탁’ 신청을 해줬다. 가정위탁은 조손 가정도 포함되기 때문에 매달 지원금을 받게 됐다. 두 남매 앞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포함해 매달 80여만원이 더 나왔다. 김씨는 “방 2칸짜리 집에 살고 있지만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 남매는 어머니와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위탁제도는 궁극적으로 친부모에게 돌려보내는 ‘원가정 복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위탁가정에 맡겨진 아이들이 친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2012년 기준 12.9%에 불과하다. 2006년 19%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대다수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성인이 돼도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지 못해 위탁가정에서 지내는 사례가 많다.

 가정위탁도 좋지만 우선 미혼모를 비롯한 ‘한부모가정’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혼모의 상황은 열악하다. 2011년 여성가족부의 연구에 따르면 미혼모의 46%가 빚을 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는 1인당 평균 13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은 78만5000원에 불과했다.

 “제가 아이에게 먹일 분유를 살 돈벌이도 못 하는 학생이라 아기를 맡깁니다. 돈을 모아 아기를 찾을 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7월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대학생 미혼모 최모(23)씨는 아기와 함께 이런 편지를 남겼다. 최씨는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아기를 꼭 키우고 싶다”고 호소했다. 교회 측이 분유·기저귀 등 양육비를 지원할 후원자를 연결해주자 최씨는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겠다”며 데려갔다. 또 다른 미혼모 김모(22)씨는 “아기 아빠 없이 여관을 전전하며 키우고 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달라”며 아기를 맡겨왔다. 본지가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 기록 438건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미혼모였고 셋 중 하나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앙일보 4월 7일자 4면>

 하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가부가 만 24세 이하 미혼모에게 주는 지원금은 월 15만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지원금을 받은 미혼모는 2005명에 불과했다. 전체 3만6000여 명에 훨씬 못 미친다.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들은 결국 입양을 선택하고 있다. 2012년 국내외로 입양된 2000여 명의 입양아 중 92.7%가 미혼모 자녀였다.

 10살 아이를 홀로 키우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목경화(41)씨는 “미혼모가 혼자서도 아이를 당당하게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씨는 “한국의 복지정책은 미혼모 자녀에 대한 지원 조건은 까다로우면서 상대적으로 입양아·시설 아동은 더 쉽게, 많은 지원금이 나가는 구조”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아이를 버리면 버릴수록 지원금이 많은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미혼모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스웨덴의 미혼모들은 육아보조비와 임신수당, 주거 보조비 등을 지원받는다. 또 여성에게만 아이 양육의 부담을 지우지 않고 정부가 미혼부(父)를 추적해 양육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 신분에 임신했더라도 편견이나 차별 없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는 복지혜택들을 줄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위탁가정 이전에 친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와 지원책들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강기헌·장주영·이유정·정종문·장혁진 기자
◆사진=김상선·송봉근·박종근·김성룡·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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