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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리면 범죄, 부모 교육 의무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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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동학대는 부모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2012년 발생한 아동학대 6400건 중 84%가 계부모(3.6%)를 포함한 부모가 가해자였다. 자기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야 할 부모가 학대 가해자가 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을까. 9월 29일 시행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학대 아동의 격리와 친권 제한 등 적극적인 조치의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보다는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한국 부모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장화정(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애를 때려서라도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만연돼 있다”며 “부모들을 대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관장은 부모 교육의 방법으로 “무상보육을 위한 아이사랑 카드를 발급받을 때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 부족에 대한 지적도 많다. 현재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0곳이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바로 나가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다. 가령 강원도는 두 군데 보호기관이 있는데, 신고 받고 나가도 반나절이 걸린다. 보호기관에서 일하는 상담사도 기관별로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도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력이 적어 신고 처리에 급급한 경우가 많고, 연 1회 하도록 돼 있는 직무교육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지방 이양사업으로 돼 있는 걸 중앙정부 사무로 가져와 국고 보조를 늘려서 보호기관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동학대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황 교수는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본인이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부모의 강요를 받고 거짓말을 한다”면서 “그걸 찾아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놓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혼자 아동학대 여부를 결정하고, 제대로 된 사후 개입이 안 된 것이 문제”라며 “아동학대는 범죄인데, 범죄를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민간이 운영한다.

박현영·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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