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비버 팔에 한글·하회탈, 서로의 공감 몸에 심는 게 타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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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저스틴 비버(왼쪽)와 타투이스트 조승현씨. [사진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타투(tattoo)로 의사·변호사보다 돈을 더 번다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타투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승현(26)씨 얘기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이력을 듣고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지난달 유명 팝스타의 소셜네트워크(SNS)에 게시된 사진 한 장 때문에 유명세를 치렀다. 미국의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에게 한글과 하회탈 타투를 새긴 게 그였다. 비버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비버’라고 새긴 타투(사진)를 공개했다. ‘비버’ 위에는 하회탈도 있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앞다퉈 사진과 함께 비버의 한글 타투 소식을 전했다.

 조씨는 e메일 인터뷰에서 타투를 “단지 무언가를 새긴다기보다 내가 느끼고 당신이 느끼는 것을 몸에 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가수가 단지 가사만 보고 노래를 부르지 않듯이 타투도 여러 감정을 실어 작업한다. 한 번 시술하면 돌이키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시술받는 분들도 고통을 참아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조씨가 타투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2009년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타투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1년6개월 동안 문하생 생활을 거친 뒤 본격적인 타투예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온 뒤 현재 토론토 친구의 타투 숍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캐나다 서부 캘거리에서 열린 ‘2013 캘거리 타투쇼(Calgary Tattoo Show)’에 출전해 1등을 차지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 저스틴 비버와는 어떤 인연인가.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당시엔 비버가 한국에서 투어를 한 뒤여서 한국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비버가 ‘너도 한국인이니 기념으로 (타투를) 남기자’고 제안해 한글 타투를 새기게 됐다.”

 - 타투는 한국에서 문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조폭 문화의 하나쯤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타투’ 하면 무서운 것, 남이 하니까 나도 하고 싶은 것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타투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매니아층도 생기고 있다. 타투예술가도 예전보다 훨씬 존중 받는 직업이 된 것 같다.”

 한국에선 몇 년 전부터 홍대 등 일부 대학가에서 타투가 퍼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조폭들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몸에 용이나 호랑이 등 강한 인상의 그림을 주로 새겼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무늬와 그림, 글씨 등 이른바 ‘작품’도 많아졌다. 과거엔 타투를 새기는 사람들을 ‘문신가’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타투예술가’ ‘타투이스트’ 또는 ‘타투아티스트’ 등으로 불리는 등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

 조씨의 타투 샘플을 보면 실사처럼 그린 동물 그림이 많다. 그는 사실묘사에 초점을 둔 리얼리즘을 선호한다. 그는 “이것저것 다 잘하는 아티스트보단 한 가지만 집중해서 다른 차원의 작업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동물·인물 할 것 없이 좋은 퀄리티의 사진이 있다면 나만의 느낌을 담아 표현하는 작업을 즐겨한다.”

 - 타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하고 난 뒤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요새는 기술이 발달돼 예전보다 쉽게 제거 시술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타투가 쉽게 새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행이나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시술 전에는 여러 차례 검색과 공부를 한 후에 시술받기를 권한다. 또 반드시 시술받기 전에 아티스트들의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뉴욕중앙일보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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