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지프와 바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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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본격적인 지상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 외곽 공격 지점까지 험비'짚차'와 트럭을 타고 이동 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짚차'는 '지프'라고 써야 맞다. '지프차'로 쓰는 것도 겹말이므로 피해야 한다.

지프는 2차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에서 군용으로 개발한 차량의 등록상표였다. 그 후 비슷한 기능.형태의 제품이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면서 네바퀴 굴림 자동차를 가리키는 보통명사화했다. 현재는 보통명사로서의 개념과 미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브랜드인 지프(JEEP)를 의미하는 상표명으로 쓰이고 있다.

바바리 코트도 이처럼 특정 상표의 이름이 그 제품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바뀐 경우다. 바바리는 참호에서 입던 트렌치(trench) 코트에서 유래했다. 1차세계대전 때 방우(防雨)용 외투로 공급됐는데, 영국 버버리(Burberry)사 제품이 워낙 유명해 이후에 버버리 코트로 더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발음이 바바리로 굳어져 국어사전에까지 실렸다. 흔히 스치로폴로 잘못 쓰는 스티로폼(styrofoam)도 미 다우케미컬사의 단열재 상표명이 보통명사화한 것이다. 독일 종합화학 회사인 바스프의 상표명인 스티로폴은 외래어 표기법상 인정하지 않는다.

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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