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마지막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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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영화가 곧 개봉되리라고 한다. 「더스틴·호프먼」과 「로버트·레드퍼드」가 출연, 「워싱턴·포스트」지의 두 기자 역을 맡았다.
이들 두 기자는 이른바 『워터게이트 삼총사』로 통하는 「봅·우드워드」와 「칼·번스틴」기자. 33, 32세의 풋내기들이다. 삼총사 중에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워싱턴」DC담당 취재 부장인 「배리·서스언」(41)도 포함된다.
바로 이들은 「닉슨」을 미국 대통령의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맹렬 기자」들이다. 그 얘기를 「기록」으로 엮은 영화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이미 그것은 책으로 출간돼 미국의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그 영화와 함께 이번엔 『마지막 날들』이라는 또 하나의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저자는 문제의 두 기자들이다.
무려 30만「달러」의 원고료를 받을 이 책은 물론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기까지의 마지막날들을 기술하고 있다.
3백96명의 관계자들로부터 자료와 증언을 들은 그야말로 「맨발의 역저」다.
워낙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들 두 기자의 집념이 아니었던들 「3류 도난 사건」으로 묻혀질 뻔했었다. 「우드워드」 기자는 신문사에 입사한지 불과 18개월의 「올챙이 기자」였다.
그러나 이들은 6개월에 걸쳐 하루16시간씩 뛰어다니며 그것을 세기적인 사건으로 추적했다.
「닉슨」 대통령도 끝내는 이들의 취재 활동을 『활기에 넘친 언론 자유』라고 찬양까지 했었다. 아무튼 「닉슨」은 그 무렵, 20대 후반의 젊은 기자들로부터 추적을 받다 못해 대통령을 그만두고 말았었다. 「닉슨」 자신은 물론 미국을 위해서도 더없이 불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들』에서 서술된 「닉슨」의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다. 그는 결심의 순간에 「키신저」와 함께 술도 마시고 눈물도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마루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등 정말 한 자연인으로서의 고뇌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사임을 결심한 용기와 결단심이 있는 바깥 모습의 「닉슨」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는 슬픔을 참지 못해 통곡을 하며 주먹으로 마룻바닥을 치기도 했다.
극적이기보다는 너무도 인간적이며 조소하기보다는 동정을 자아내게 한다.
「닉슨」이 비인간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래도 세계 정상의 권좌에 앉은 대통령이다. 그 우람한 권좌의 막후엔 이처럼 약하고, 필부 같은 한 인간의 모습이 가리어져 있었다.
「닉슨」은 「키신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헨리」, 제발 내가 울었다고 약했다는 얘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말게.』-「닉슨」의 이 「유머」만은 어디에도 그림자가 없어 보인다.
「포드」대통령과 「키신저」장관은 문제의 저서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며, 이 시기에 그런 책을 출판하는 것이 국익에 어긋난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아픈 상처를 건드린 심정이겠지만 이런 의견들 역시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것이 미국 사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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