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티파티' 충격 … 올랑드, 우 클릭 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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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집권 사회당(PS) 참패,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득세, 극우 국민전선(FN)의 첫 역사적 승리. 이번 프랑스 지방선거를 요약한 결과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개표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 명확한 메시지를 들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 후 첫 조치는 ‘우 클릭’이었다. 개각을 발표하고 사회당 내 대표적 보수 주자 마뉘엘 발스(52)를 총리로 임명했다.

 올랑드의 조치는 이번 선거에서 프랑스에선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었던 집단의 부상과 관련 있다. 바로 ‘프랑스판 티파티’로 불리는 ‘사회적 보수주의(social conservatism) 네트워크’다. 가족과 종교를 중시하고 이런 신념을 정치적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미국의 티파티와 유사하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프랑스 보수세력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거리로 나서는 등 조직화된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보수세력 결집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동성결혼 합법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전통적 가치가 무너져 버렸다”며 거리로 나왔다. 상당수에겐 생애 첫 시위 경험이었다. 이때 만들어진 조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힘을 발휘했다. 파리 인근 베르사유 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브누아 드생세르냉(44)은 동성결혼 반대 단체 ‘모두를 위한 시위’의 열성 회원이다. 비록 UMP 후보에게 패했지만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보수단체들은 올 1월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시범 도입된 ‘성평등화 수업’을 보이콧했다. 무라드 살라(48)는 “아들이 공주 드레스 입기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랑드에게 투표했지만 다시는 사회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보수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특징은 모호하다. 미국 티파티처럼 잘 조직된 단체가 아닌, 느슨하게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상류층 가톨릭 신도들이 많지만 보수적 무슬림도 가담한다. 경제적 문제보다 낙태·안락사 같은 사회·문화 이슈에 민감하다.

 미국처럼 예비선거가 없는 프랑스에서 이들이 결정적 정치세력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보수 집단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신호다. 이미 정치 세력화 조짐도 보인다. 보수단체 ‘커먼센스’와 중도 우파 정당 UMP의 연계 활동이 그중 하나다.

 보수당의 색채를 빗대 ‘푸른 쓰나미’(르 피가로)로 명명된 이번 선거 결과에 올랑드가 당장 보수 달래기에 나선 것은 이들의 힘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20세 때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발스는 사회당 내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인사로 “보수를 안심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이민자 출신이지만 이민자 정책에 특히 엄격하다. “로마(집시) 주거지를 철거하고 프랑스 밖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도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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