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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통일준비위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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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3월 15일자 34면>
초당파라야 지속가능한 통일준비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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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출범할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고 청와대가 14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이 위원회를 직접 관장하는 것은 국정과제인 통일기반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위원회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헌법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나 통일부와의 업무 중복 논란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청와대가 밝힌 통일준비위의 역할과 기능은 포괄적이다. 통일 준비를 위한 기본방향 제시, 분야별 과제 발굴·연구, 정부·사회단체·연구기관 간 협력,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 촉진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위원회는 분과위를 두고 50명 이내의 정부·민간 인사로 구성되며, 민·관에서 각 1명씩 부위원장도 둔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인 매머드급 위원회가 정부-사회단체-연구기관 등을 망라해 통일 준비를 위한 협력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여러 분야의 일선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토론해온 민간단체의 전문적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적인 출범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년간 남북 간 공식 접촉이나 깊숙한 대화는 없다시피 했다.

 이제 초점은 인선 문제다. 통일준비위의 성공을 담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초당적 인선이다. 야당 인사와 더불어 합리적 진보 인사까지 포함시켜야 이 위원회가 정권과 관계없이 통일을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제도적 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정권이 교체돼도 바뀌지 않을 통일시대준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이유도, 또 야당이 그 손을 잡지 않을 까닭도 없다고 본다.

 한반도 백년대계인 통일 문제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돼서도,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도 안 될 사안이다. 독일이 그런 교훈을 일러주고 있다. 독일 통일은 진보와 보수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대동독 통일·인도 정책을 추진해온 역대 서독 정부들의 집합적인 노력의 결정체다. 독일 통일은 하루 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일궈낸 것이다. 우리도 여야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어렵고, 그들을 상대로 한 우리의 통일 기반 구축 외교도 힘을 받지 못한다.

 초당적 인사 구성은 통일 청사진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기초이기도 하다. 우리의 통일 담론 스펙트럼은 너무 넓다. 여기에 통일 결과론만 무성하지 방법론은 거의 공백으로 남아 있다. 통일준비위가 대표성을 갖추고 검증받은 초당파 인사로 구성돼야 실사구시 통일론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통일 청사진은 실천력을 갖지 못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민간 부위원장의 인선이다. 각 분과위 업무를 조정하면서도 통일 논의가 신학논쟁 식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의 질그릇은 통일준비위의 초당파 인사에서 시작한다.

한겨레 <2014년 3월 17일자 35면>
통일준비위가 '제2의 민주평통'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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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출범하는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로 했다. 이 기구를 진두지휘함으로써 ‘통일대박론’을 임기 중 중요한 ‘국정 브랜드’로 삼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한 셈이다.

 통일준비위 신설을 두고는 이런저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통일부와의 업무 중복이나 ‘옥상옥’ 기구화 등에 대한 걱정도 있고,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 기구를 또 만들어 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냉소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통일준비위가 어차피 출범하게 된 마당에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욱 내실 있는 기구를 만들 방안에 생각을 집중하는 게 현실적인 듯하다.

 우선, 통일준비위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기구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위원장을 박 대통령이 맡음으로써 통일준비위의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들러리 노릇이나 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인적 구성이 좀더 다양해지고, 통일과 남북문제에서 박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고루 들어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통일준비위 설립 목적의 하나인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통일준비위 출범이 남북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한 전기로 작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면서도 아직까지 남북 간의 신뢰 구축 등을 위한 어떤 구체적인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통일대박론이 단순한 구호나 국내 정치용에 머물지 않으려면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평화통일 기반 조성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등 정부가 직접 하기 부담스러운 결정을 위원회를 통해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 위원장까지 맡으면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통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확고하다면 북한을 고리 삼아 남한 내부를 갈등과 분열에 몰아넣는 종북몰이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통일 문제라는 게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종북몰이를 하는 것은 통일준비위 설립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1980년 신군부는 ‘국민의 통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평화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범국민적 통일기구’ 따위의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민주평통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구가 지금 어떤 성격으로 전락해 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통일준비위가 제2의 민주평통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실사구시 통일론 펼친 중앙 … 화해·협력 먼저라는 한겨레

통일 기반 구축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 핵심 과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통일 대박론’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은 줄곧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지난달 13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직접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권의 통일에 대한 다급함과 절실함이 묻어난다.

 우리에게 통일은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절대적인 과업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또한 통일준비위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되묻지 않는다. 통일준비위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비슷하다. 한겨레는 “인적 구성이 다양해지고 통일과 남북문제에서 박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고루 들어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 또한 “야당 인사와 더불어 합리적 진보 인사까지 포함”하는 초당적 인사를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일준비위 구성이 왜 다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두 신문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통일은 종종 정권의 정당화 근거로 쓰이곤 했다. 유신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는다. 통일주체국민회의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맡았다. 이 때문에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의 대통령 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세우는 구도로 이뤄졌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민주주의와 한참 거리가 먼 제도였다. 그럼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다.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가장 큰 명분이 ‘통일 관련 중요 정책의 결정이나 변경 사항 의결’에 있었던 탓이다.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따지는 것은 통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식의 논리가 통하곤 했다.

 “통일준비위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기구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한겨레 주장에는 우리 헌정사의 아픈 기억이 묻어난다. 이 점은 통일준비위가 1980년 신군부가 만든 민주평통과 같은 성격이어서는 안 된다는 한겨레의 주장 속에서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반면 중앙일보 생각은 ‘실사구시 통일론’에 가깝다. 중앙일보는 “통일 문제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돼서도,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도 안 될 사안”이라고 잘라 말한다. 통일을 이루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통일 정책이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해서는 곤란하다. 누가 권력을 잡든 통일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준비위가 민간단체부터 야당과 합리적 진보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채워져야 한다.

 어떻게 통일준비위를 운영할지에 대한 방법론에서도 두 신문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겨레는 통일준비위 역할을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정부가 직접 하기 부담스러운 결정을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나아가 통일준비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북한을 고리 삼아 남한 내부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는 종북몰이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북한에 대해서나 남한 내부 문제에 있어서나 화해와 화합 쪽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중앙일보 생각은 남북 사이의 경제적 협력에 더 무게를 두는 듯싶다. 통일준비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민간 부위원장의 인선”이다. 부위원장들이 “통일 논의가 신학논쟁 식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앙일보는 통일 논의가 정치적인 명분 대결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내년이면 남북 분단 70년이다. 그만큼 통일은 우리에게 다급한 과제다.

 밝은 미래를 꾸리기 위해서는 옛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갈등을 잘 추슬러야 한다. 통일준비위에 대한 한겨레 생각은 이 점을 잘 짚어준다. 그러나 통일은 길고 어려운 작업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이며 실리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중앙일보 입장은 통일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처방에 가깝다. 아무쪼록 새로 출범하는 통일준비위가 ‘통일기반 구축’을 제대로 이뤄냈으면 좋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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