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의 중국 엿보기] 북한 나진항과 중국의 북극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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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북극해 진출 전략엔 두 가지가 두드러져 보인다. 첫째는 중국이 해양법·국제법 등 국제사회가 통용하는 도구를 최근 열심히 연구하며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 정부 들어 진용을 갖추고 있는 중국 외교의 새로운 보편적 행동 기준의 반영인지는 조금 더 관찰이 필요하다.

둘째는 북극해의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으로서는 유럽을 단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나진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진항은 최근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거론했던 곳이다. 그 ‘외국’이 다름아닌 중국이다.

중국의 북극에 대한 관심의 특징은 최근까지 조용하고 물밑에서 진행됐다. 너무 조용해 2010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중국의 북극 열망’이란 보고서를 내자 서방 외교관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놀랐다. 그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그 연구소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박근혜 정부의 140대 주요 국정과제 중 ‘북극 항로와 북극해 개발 참여’가 있지만 중국의 행보는 더욱 전략적이고 조밀한 느낌을 준다. 중국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사회과학기금’을 통해 벌써 북극과 관련해 10가지 국가급 보고서를 작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내용이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청바오즈(程保志) 교수가 쓴 ‘북극 국제법률 질서와 중국의 이익 증대에 대한 연구’ 등 절반 이상이 국제법·해양법이 북극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중국이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증대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다.

북극해를 ‘선점’하고 있는 러시아·미국 등 다른 강대국들은 당연히 중국이 북극을 둘러싼 각축전에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들은 북극해에서도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 영해 인정 등을 주장하며 중국 등 비연안 국가들의 북극권 자원 개발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중국은 북극권에 위치한 나라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중국은 2012년 열린 국제회의에서 자신을 ‘북극 근접 국가(near-Arctic state)’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며 맞섰다. 중국 해양대학의 궈페이칭(郭培?) 교수는 “중국은 유엔 해양법의 협약국으로 북극해에서 활동할 자유가 있으며 이 자유는 북극해 연안국가들의 대륙붕 확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극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의 일면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다롄해양대학교의 리전푸(李振福) 교수처럼 각종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북극을 “국가전략과 미래 생존과 연결”돼 있는 자원의 보고, 심지어 “중국몽(中國夢)의 기초”라고 보며 갈수록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해양 국가’를 표방한 후 더욱 힘있는 주류 의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리 교수는 심지어 “북극 항로의 통제권을 쥐는 자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길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배경하에서 북한의 나진항을 들여다보면 나진항이 왜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큰지 자명해진다. 중국은 2008년부터 ‘훈춘 촹리(創力) 해운물류유한공사’를 통해 부동항인 북한 나진항 부두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기업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중국 국무원과 6개 중앙부처의 직접 관할하에 있다. 북극해가 상용화되면 나진항은 중국의 물류기지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연결하는 나진항이 동북아 최대의 물류기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점치기도 한다. 나진항은 중국이 꿈꾸는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구상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이 구상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연결된다. 한·중이 ‘윈윈’할 수 있는 틈새가 보인다.

써니 리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팬텍펠로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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