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품에 안긴 동포 반가이 맞이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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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4일 하오 성묘단 제3진으로 고국땅을 밝은 김반이씨(67.명고옥)는 소년소녀때 헤어졌던 누님 김분윤씨(75.서울관악구 봉천동 378)와 꼭 50년만에 만나 부등켜 안은채 흐르는 눈물을 닦을줄 몰랐다. 이제는 모두 백발이 된 이들 오누이는 18세때 헤어져 생사를 모르고 있다가 고향인 경북 봉화에 일가붙이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성묘단에 참가한 김씨가 기포공항에서 누님을 만난것.
『누님의 곱던 얼굴이 이렇게 늙었군요.』
『이사람아, 자네도 늙네만 동네 각시를 마음 설레게 하던 미남 얼굴은 그대로 있네.』 김분윤 할머니의 손길은 하염없이 흐르는 동생의 눈물을 곱게곱게 닦아주었다.
○…『형님 무심하군요.』『늬는 눈물이라도 나지만 나는 눈물도 안나온다.』35년만에 만나는 백형길(54.대판시)백형래(44.서울 도봉구 미아8동837)씨 형제는 그리움이 원망으로, 원망은 다시 기쁨으로 바뀌어 공항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놓아 울었다.
전남 광양이 고향인 형래씨는 6살 때 누이와 함께 귀국, 형과 헤어진 뒤 35년간을 생사를 모르고 있다가 25일 아침 「오오사까」에 살고 있는 사촌형 백형원씨(52)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뛰어나갔다는 것. 수수밭에 가면 수수가 모두 미역밭 같고 콩밭에 가면 콩밭이 모두 굴밭 같아….』
형 형길씨는 고향의 바다내음이 벌써 코끝에 오는 듯 하다고 동생의 손을 꼭 쥐었다.
○…25일 귀국한 김만석씨(67.대판시)는 31년동안 떨어져있던 부인 이귀삼씨(59.경북대구시)와 장남 김봉원씨(37)등 3형제의 따뜻한 마중을 받았다.
중년이되 장남 봉원씨를 끌어안고 『어른이 되니 네어머니를 더 닮았다』며 얼굴을 비볐고 『그동안 일본에서 재혼, 아이가 넷이 있다』고 말하자 부인 이씨는 『단절의 세월이 너무 길었어요. 애들은 모두 건강하지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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