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식 처음 온 통진당, 유족들이 입장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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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 4주기 추모식이 2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유가족이 아들의 묘비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천안함 4주기를 맞아 ‘천안함 46용사 4주기 추모식’이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2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과 승조원, 시민, 각계 대표, 학생, 군 장병 등 4000여 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안보에는 너와 내가 따로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 국민의 나라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통일 시대도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군에는 “철두철미한 안보 대비 태세로 북의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만약 도발이 발생하면 단호히 이를 응징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초 이날 행사에는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도 참석하려 했다. 통진당 인사들이 천안함 용사 추모식장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는 유족들로부터 입장을 저지당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통진당의 당론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며 “들어가고 싶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 대표는 “당장 당론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유족께서 원치 않으시면 돌아가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통진당은 전신인 민주노동당 때부터 ‘북한에 의한 격침’이라는 합동조사단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모식에도 3년간 불참해 왔다. 그러나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지난 23일 북한의 조의 표명을 제안하자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행사 참석에 대해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정희 대표의 기자회견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며 “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당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러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식엔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정몽준·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주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역시 이날 처음 추모식에 참석한 박 시장은 한 유족으로부터 “아직도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박 시장은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게) 결코 아니다.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과거 박 시장이 ‘천안함 폭침은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일어났다’고 말했다”며 체제 토론을 제안하는 등 안보관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해군은 이날을 ‘천안함 피격, 응징의 날’로 지정했다. 각급 부대가 해양수호 결의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또한 부대별로 해상기동훈련과 긴급출항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현재까지 천안함 폭침과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천안함 사태는) 민족사상 초유의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북남 관계 개선과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바란다면 5·24 대북조치와 같은 모든 동족 대결 조치들을 대범하게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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