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미 여성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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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여성운동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도로 남녀평등의 고지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도 적지 않다. 미여성해방 운동의 현재까지의 득실과 앞으로의 전망을「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의 특징을 통해 요약해 본다.
전국초기 이래로 남성과 동등한 자격을 얻기 위해 투쟁해온 미여성 운동은 이제 막바지의 전환기에 처해있다.
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조직화 된 미국여성들은 최근4∼5년간은 남성과의 차별대우를 명문화하고 있는「악법」폐지를 목표로 전국 여러 도시마다 시위행렬이 끊이지 않을 만큼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왔었다.
그러나 최근엔「뉴욕」주와 「뉴저지」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 헌법이 직업이나 가정문제에 관해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개정됨에 따라서 이리한 열풍은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그 대신 부쩍 늘어난 것이 실질적인 면에서 직업상의 공평한 대우를 요구하며 여성들의 단결된 힘과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전국규모의 총파업과 지역별 「스트라이크」. 가정과 직장에서의 남성위주의 권력구조 밑에서 제2계급을 이루고 있는데 대한 반발로 일어났던 종래의 여성운동에 비해 훨씬 범사회적이며 이념적인 「파워」를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는 각계각층에서 정상급에 오른 여성들이 늘어난 여건과 전문직·학자·정치가 등 지도적인 여성들의 입김도 많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는 과격한 여성 해방주의자들의 전문용어였던「미즈」(MS·기혼·미혼구별 없는 여성에 대한 칭호)나 「체어퍼슨」 (의장이란 뜻의 「체어맨」에서 「맨」을 남녀공통의 「사람」 이란 말로 바꾼 것)같은 말들이 이제는 예사의 공용어가 되었으며 피임·낙태의 합법화, 남성본위로. 편성된 각급 학교 교과서의 내용 개편, 젊은 남편의 가사분담에 의해 기혼여성들이 대폭 학문의 길로 돌아가는 등 그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뉴욕」 「퓐즈·칼리지」의 여성사회학자 「신디어·엡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72년이래 1백만명 이상의 부인들이 보다 더 나은 경력을 갖기 위해 대학에 재입학하고 있다는 것.
남성들에 의해 독점돼 온 경장 급 지위에 오른 여성들도 많으며 그 총사 영역도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테니스」여왕으로 불리며 최근에는 「테니스」의 「프러모터」사업까지 도맡아 거부가 된 「빌리·진·킹」,「보스턴」에서「오페라」와 교향곡의 1급 지휘자로 명성을 날리고있는「사라·큘드웰」등은 학계나 다른 전문직종의 「베테랑」급인 수십만 명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정치·외교계에서도 주지사나 국회의원이 늘었을 뿐 아니라 전직대사였던「캐멀·C·레이즈」 는 국무성의 최고위층으로 승진, 해외문제담당 국장의 직책을 맡고있을 정도.
그러나 아무리 많은 성과가 있었다해도 「우먼·파워」의 앞날은 수월치 않으리라는 것이 여성지도자들·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정계에서는 최근의 여성진출이 넓어지고 두드러진데 대한 반동으로 앞으로 수년간은 오히려 퇴조를 보이리라는 비관론마저 대두하고 있다. 부통령까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비명 횡사가 없는 한 애초에 선거에 의해 여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 또한 사서·비서·간호원·보모 등 여성 전문 직종에 대한 남성들의 활발한 진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한마디로 「세계여성의 해」의 초에 있었던 낙관적인 계획들은 실패한 셈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팽배한 여성운동 「무드」 속에서 자라는 지금의 2세들이 성장하여 미국의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일에 기대를 걸만하다는 것이 미학계와 여성지도자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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