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 방치하면 치매 일으키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두꺼운 겨울 옷에 가려졌던 군살을 빼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일까. 봄볕이 따스해지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건강에 오히려 화가 된다. 겨우내 약해진 몸에 부담을 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마라톤을 하다가 무릎관절을 다치거나, 골프를 치다가 허리·어깨를 다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등산·수영·요가·배드민턴 같은 생활 속 운동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문동언통증의원 문동언(사진·전 대한통증학회 회장) 원장을 만나 봄철 통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통증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일종의 경고다. 피부가 찢기고 뼈가 부러지거나 신경·근육·혈액순환 등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발생한다. 문 원장은 “일교차가 심한 봄에는 신체 근육과 관절을 굳게 만들어 통증에 민감하다”며 “가벼운 통증이라고 방치하면 디스크·만성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통증 대부분은 충분히 쉬면 낫는다. 심하게 다쳐도 상처가 다 나으면 통증도 사라진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 남는 경우가 있다. 만성통증이다. 문 원장은 “참는 게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통증은 예외”라며 “만성통증은 그 자체가 심각한 병”이라고 경고했다.

만성통증을 방치하면 우리 몸 전체가 서서히 망가진다. 스트레스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고혈압·당뇨병·암 같은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우울증·불면증·불안장애를 겪기도 한다. 통증이 뇌신경세포를 파괴해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심하면 통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10%는 통증이 원인이다. 문 원장은 “어떤 원인에서든지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통증신경회로가 비정상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만성통증은 초기에 적극 치료해야 한다. 통증 자체를 줄여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돕는다. 발을 삘 때 느끼는 약한 통증도 만성화하면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통증으로 악화된다. 바람만 불어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식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문 원장은 “아무런 원인 없이 통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소한 통증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통증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약물·신경차단술·디스크성형술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통증을 치료한다.

마인드 컨트롤도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문 원장은 “통증이 완벽하게 낫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환자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증을 관리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규칙적인 운동과 숙면을 생활화하면 실제 통증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통증은 예방이 가능하다. 봄 운동을 시작한다면 스트레칭·체조 등 준비운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체는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을 거치면서 위축된다. 근육·인대가 약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반사능력이 줄면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문 원장은 “처음엔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차츰 강도를 높여야 부상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