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이미지 망치는 광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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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뉴욕타임스(NYT)에 불고기 광고가 났다. 자칭·타칭 ‘홍보 전문가’ 서경덕씨의 NYT 광고 시리즈 활동의 최신판이다. 대개 이런 광고들은 한국에선 주목을 받지만 한국 외의 곳에선 무시되곤 했다. 이번은 달랐다. 미국의 유력 매체 세 곳이 이에 대해 보도를 했다. 유명 스포츠 매체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 광고업계 전문지인 ADWEEK다.

안타까운 건 이 세 매체 모두 비판 일색이었다는 거다. 그들은 광고가 혼란스럽고 이상하다고 보도했다. ADWEEK는 “올해의 가장 괴상한 광고”라고 혹평했다.

한마디로 실패한 광고란 얘기다. 수년간 이 업계에 종사해 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불고기 광고와 같은 캠페인은 끔찍하다고. 비효율적인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성공적 한국 홍보를 위한 노력에 해만 된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선수가 나온 이 불고기 광고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한 잘못된 모든 것을 상징한다. 홍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좋은 사례가 될 거다.

먼저 이 광고는 한국 정부가 스타에게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 Ace Metrix라는 방송 관련 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를 이용한 광고는 다른 형태의 광고보다 효과가 적다고 한다. 독자·시청자들이 상품이 아닌 스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기본은 마켓(시장)을 이해하는 거다. 불고기 광고의 경우, 텍사스에서 활약 중인 야구 선수가 뉴욕을 중심으로 발행되는 신문 광고에 등장했다. 뉴욕양키스 팬들은 텍사스 레인저스에 관심이 없다. 시장의 수요자들을 이해하지 못한 마케팅이다. 또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런 한식 광고에 등장하는 한국인 스타에 대해 잘 모른다. 씨앤블루부터 원더걸스, 이영애씨 모두 훌륭한 스타들이지만 아직까진 한류 드라마나 K팝 팬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 광고의 영어 문구 역시 괴상하다. 불고기 광고에선 추신수는 불고기를 먹고 춘계 훈련을 했다고 돼 있다. 불고기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과연 이를 읽고 얼마나 ‘오, 불고기가 먹고 싶군’이라고 생각할까. 광고가 겨냥하는 독자층엔 아무런 울림이 없다. 광고엔 이렇게만 쓰여 있다. “불고기?”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단지 어느 아시아인이 들고 있는 고깃덩이 사진이 있을 뿐.

서씨는 과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막걸리 광고 캠페인도 벌였다. 하지만 막걸리는 유효기간이 짧아 일본 이외의 지역으론 수출이 어렵다. 미국인이 어떻게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콩글리시 중 하나가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의 원래 의미는 경쟁자들의 제품과 자신의 제품을 비교 테스트해 본다는 거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저 ‘남이 하는 것 베끼기’다. 불고기 광고는 1990년대 미국의 “우유 있어?(Got Milk?)”라는 광고를 소위 ‘벤치마킹’한 듯하다. 게으르다.

이런 광고는 미국인들에겐 혼란과 비웃음만 산다. 서씨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 전문가’들의 한국 홍보의 문제 핵심은 홍보의 대상이 외국인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NYT나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한국 관련 광고가 크게 나면 한국의 언론들은 대서특필하니까. NYT에 광고하는 건 바보라도 돈만 있으면 한다. 이런 식의 민족주의는 국가 홍보에 정작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진정한 홍보 전문가라면 홍보 대상과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 효과와 리스크를 따져야 한다.

이런 광고를 표현하는 단어는 하나다. ‘창피함(embarrassment)’. 왜 한국이 돈을 들여 계속 이런 캠페인을 하는지, 한국을 아끼는 외국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 맥퍼슨 한국 문화 관련 블로그(http://zenkimchi.com)를 운영하는 미국인. 외국인 대상으로 한식 및 한국 명소를 소개해왔다.

조 맥퍼슨 젠 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