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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면세특권 누릴 수 없다"|서독연방 헌법재판소, 세비소송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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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법을 잘 지키고 그 대신 권리주장을 철저히 하기로 유명한 서독에서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세비의 면세특권과 여러 가지 특혜들을 누려 왔다면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서독연방 헌법재판소는 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위법이라고 판결함으로써 본 정가는 물론 전 서독에 화제가 일고 있다. 국민 모두가 납세국민으로 자부하고 있는 터에 그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혜를 누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소위 이 의원세비소송이 어느 국민에 의해 제소된 것이 아니라 의원 스스로가 이의를 제기해서 발단된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한 지방 주 의원의 이의신청을 받고 이 문제를 심리, 그 의원뿐 아니라 전체 국회의원들의 세비면세와 기타 특혜를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서독 국회의원들은 본봉 3천8백50마르크(77만원)와 여비 등 기타경비 4천50마르크(81만원)을 합친 7천9백 마르크(1백58만원)의 봉급을 매월 면세로 지급 받고 그밖에 연방철도와 「루프트한자」항공기를 공짜로 타는 혜택을 입고 있다.
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다니다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국회의원 임기동안 전직장의 일시휴직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휴직 중 본봉의 75%를 매월 별도로 지급 받는다. 현재 이런 특혜를 받는 의원은 5백18명의 연방의원 중 2백6명.
지난11월5일자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각주 의회의원과 연방의회 의원들의 면세특권과 함께 2중 봉급지급도 위법이라고 밝혔다.
의원들 세비를「부양비」라고 규정짓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의원부양비는 의원직을 직업으로 삼고 전념하는 대가이며 의원자신과 그 가족의 부양에 알맞도록 지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세금부과로 실질수입이 줄어 부양비 인상을 국회가 스스로 정할 수는 있으나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여론의 눈앞에서 알맞은 수준으로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내세워 어떤 기관의 이해관계를 대표해 주고 그 대신 부수입을 얻어 써 왔다. 그러나 이런 부 수입원이 끊어지자 세비현실화가 불가피해졌는데 이미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직후 세비에 관한 새 법안을 서두르고 있다.
『국회의원이 입법권을 주고 있는 이상 국회 안의 살림문제는 어디까지나 셀프서비스』라고 하이네 만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비록 헌법재판소가 의원들의 특권을 박탈하긴 했지만 다음에 의원들이 자기네 세비를 어떻게 정할지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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