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부이에 선언』이후의 세계경제|부문별로 살펴본 당면한 문제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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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랑부이에 회담에서 위기에 처한 세계경제를 공동으로 회복시키자는 원칙엔 일단 합의를 보았다. 이 원칙에 따라 각국이 어떤 정책을 쓰고 또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는 금후의 과제다. 랑부이에 이후의 세계경제와 당면한 과제들을 부문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통 화>
랑부이에 회담은 통화회담이라 불리어질 정도로 통화문제에 가장 초점이 겨눠졌고 또 구체적인 합의도 보았다. 종래 숙명적으로 대립해 오던 미국과 프랑스가 환율문제에 극적으로 타협, 환율안정을 위해 주요국이 신사협정을 맺기로 했다.
신사협정의 내용은 ①달러·원·유럽통화의 시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국의 재상이 책임자가 되어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을 협의하고 ②각국은 자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되 개입의 의무는 지지 않으며 ③각국은 외환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경기정책도 국제협의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
쉽게 말해서 현 변동환율제를 지속시키되 변동제의 가장 약점인 시세격변을 막기 위해서 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EEC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동변동환율제를 더욱 확대한다는 뜻인데 각국이 개입해야 할 변동폭이 합의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은 장기적인 경제변동에 기인한 환율변동 외엔 평가절하경쟁을 못하게 되었다.
이 신사협정은 오는12월의 10개국 재상회의와 19일의 재상회의에서 구체화되어 내년1월의 자메이카 IMF잠정 위에서 IMF협정개정으로 반영될 것이다.
신사협정의 체결로 앞으로 국제통화협상 전망은 한결 밝아졌는데 이로 인해 국제금융의 수급균형과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통화협상의 밝은 전망은 심리적으로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을 고무, 경기진작과 무역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 기>
세계경기를 각국이 협조하여 회복시켜야 한다는 데는 합의했으면서도 인플레의 위험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모색단계다.
미국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의식, 다소 능동적인 움직임이고, 국제수지에 여유가 있는 서독·일본 등에도 보다 적극적인 경기정책을 쓰도록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미-일에 대해서 금리인하와 금융완화를 영-불 등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일본엔 성장목표를 좀더 높이도록 압력이 가해질 것 같다.
국제협조에 의해 세계경기를 77년까지는 완전 회복시킨다는 목표가 랑부이에 회담에서 양해되었다.
세계경기는 각국이 폐쇄적인 자국방어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인 국제협조를 시작하면 훨씬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신 국제라운드>
77년까지 신 국제라운드를 체결하기 위하여 무역협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서둘러야 할 것이다. 때문에 미국의 제창대로 쉬운 것부터 우선 풀어 나가는 협상방식이 채택될 것 같다.
신 국제라운드는 일반관세율인하, 긴급수입제한의 개선, 농산물문제 등 광범한 문제를 망라하고 있고 또 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있기 때문에 쉽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에너지 문제는 소비절약과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산유국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양면작전으로 나오고 있다.
때문에 12월중에 파리에서 열릴 산유·소비국회의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될 것이다.

<남-북 문제>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지난 9월 유엔 특별총회에서 제의한 대 개도국「개발융자보장제도」가 구체화되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는 남측이 수출하는 1차 산품 가격보장뿐만 아니라, 이제는 원조·기술이전·다국적기업·일반특혜 등 여러 가지 복합된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수립에는 난관이 수없이 가로 놓여 있다.
【일본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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