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적의 볍씨 밀양 22·23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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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업부문에서 품종개량은 바로 공업부문의 기술혁신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농업국이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이처럼 중시되어야 할 품종개량을 너무나 소홀히 했으며, 이 때문에 우리의 농업은 그만큼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농촌진흥청 당국에 의한 잇따른 개량볍씨 개발은 각종 개량품종을 대부분 미국·일본 등 선진농업국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안됐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의 품종개량사상 하나의 획기적인 사실로 찬양될 만 하다.
72년에「통일벼」를 개발한데 이어 작년에는 다수확 성이면서도 냉해에 강한「조생통일」「영남조생」등 새 볍씨가 개발됐고, 올해는 거기에 미 질까지 개량한「유신벼」를 내놓았다. 「통일벼」개발의 결과는 구체적으로 세계적인 식량난의 가중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은 기근을 면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냉해에 강한 「조생통일」과 「영남조생」이 잇달아 개발됨으로써 내년부터는 숙원이던 쌀 자급도 평면적이나마 달성케 됐다고 한다.
올해 개발에 성공한「유신벼」는 밥맛을 개량한데다 만식 재배에도 다수 성을 유지함으로써 전 농토 2모작을 가능케 하는 획기적인 품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4∼5년만에 기적의 새 볍씨 4종이 우리 연구관에 의해 개발됐다는 것은 농개 사상 처음 맞는 경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구관들은 연구를 계속, 이번에는 또다시「조생통일」「영남조생」「유신벼」등의 단점을 일부 보완한 새 볍씨 2종을 개발했다고 한다.
새 볍씨「밀양21호」는 통일계통의「통일벼」,「영남조생」「조생통일」등의 단점인 탈립성을 보완한데다 밥맛도 월등 좋다는 것이며, 「밀양23호」는 문고 병에 약한「유신벼」의 약점을 보완하고 도정수 율도 더 높인 품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2종의 새 볍씨 개발로 오는 77년부터는「통일벼」재배를 금지하고「통일벼」재배가 가능한 전 농토면적의 절반인 60만㏊에「유신」「영남조생」「조생통일」「밀양21, 23호」 등 5종의 새 볍씨를 심게 한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라고 한다.
사실「통일벼」는 다수 성이라는 특성 하나만으로 증산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냉해에 약하고 밥맛이 없다는 단점 때문에 재배농민들이 의외의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았다.
따라서 안전다수확 성인데다 미 질이 개량된 새 볍씨 보급은 당국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 있게 공급할 수 있고, 또 일반 벼보다 수익성도 훨씬 높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보급을 크게 기대할 만한 것이다.
새 볍씨는 또한 지금까지 대표적 볍씨로 알려져 있고, 일반 소비자의 선호가 강한 일본 종「아끼바레」등 이른바 「경기미」를 능가하는 품종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혼란도 앞으로는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벼」개발이 양적인 쌀 자급을 가능케 했다면, 이상 5종의 새 볍씨 개발은 질·양 양면에서 명실겸전한 쌀 자급을 달성케 해 준다는 뜻에서 그 의의가 크며, 이를 개발한 연구관들의 노고에 국민적인 치하를 보냄이 마땅하다.
그리고 볍씨개량을 계기로 미작뿐만 아니라 전작·축산·산림·과수 등 농업 전반에까지 품종개량 열이 파급되어 녹색혁명이 조속히 실현되었으면 하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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