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대신 '렛츠런' … 현명관 회장 혁신 깃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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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영국에서 경마는 왕실에서도 즐기는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마는 도박’이라는 선입관이 뿌리 깊다. 한국마사회(KRA)가 이 같은 고정관념에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KRA는 19일 서울경마공원 컨벤션홀에서 ▶혁신경영 ▶이미지 개선 ▶나눔 확산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LetsRun 혁신경영 선포식’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현명관(73) 마사회장의 작품이다. 삼성물산 회장, 호텔신라 대표, 전경련 부회장을 역임하며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던 현 회장은 선포식에서 “변화를 하려면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한다. 예전의 관행을 버리려면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KRA와 경마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렛츠런(LetsRu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했다. 앞으로는 경마공원 대신 렛츠런파크 서울, 장외발매소 대신 ‘렛츠런CCC(문화공감센터·Culture Convenience Center)’라고 부른다. 마권 발매 브랜드로는 마토(maTo)를 론칭했다. 마토는 말[馬]과 스포츠복표(TOTO)의 합성어다. 렛츠런과 마토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통해 경마에서 베팅의 이미지를 분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원일 마사회 홍보실장은 “예전에는 승부에 베팅을 하는 종목은 경마뿐이었다. 지금은 스포츠토토를 통해 야구나 축구도 베팅을 한다. 경마와 야구·축구의 차이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경마는 베팅을 하지 않고 즐기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걸 알리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 연간 사업비 77억원 규모의 ‘렛츠런재단’도 출범한다.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복지 증진, 문화 융성을 위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또 방만 경영 해소, 지역 상생의 커뮤니티센터로서 장외발매소의 새 모델 확립, 말 산업 육성 등을 포함한 10대 혁신 과제도 발표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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