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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만 넣고 투자 안 해도 기본 연 6.6% 수익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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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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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연말정산을 한 직장인들은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든 세금 환급액에 우울했을 듯하다. 내년에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소득 항목이 많아진다고 하니 환급 세금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연말정산을 ‘13월의 월급’으로 부르던 시절이 추억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복지 확충을 명분으로 징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거액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 2000만원으로 낮췄고, 일반 서민이 가입할 수 있는 절세 상품도 대부분 사라졌다. 저축자 입장에서 세금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은 거의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17일 공식 출범한 소득공제 장기 펀드(이하 소장펀드)는 가뭄에 단비 격이다. 근로자의 목 타는 절세 수요에 가장 화끈하게 부응할 상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장펀드는 연간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연간 납입한도인 600만원을 부을 경우 240만원을 소득공제받아 연말정산 때 39만6000원을 환급받는다. 기본적으로 6.6%의 절세효과를 얻는 셈인데, 최소 5년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조건이다. 소장펀드는 40% 이상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게 된다.

 소장펀드의 안착 여부는 지난해 3월 출시된 재형저축 펀드(이하 재형펀드)의 전철을 어떻게 피해가느냐에 달려 있다. 재형펀드도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를 대상으로 연간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할 수 있게 했지만 7년 이상 돈을 묶어두게 했다. 정부가 서민 목돈 마련을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이 저축상품은 출시 초기만 해도 가입이 빗발쳤다.

그러나 서민층에서 비과세 혜택만으로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돈을 묶어두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고, 적극적인 마케팅도 없다 보니 갈수록 호응이 식어갔다. 여기에 수익률 부진까지 겹치면서 결국 1년 만에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소장펀드는 연간 납입한도는 재형펀드의 절반 수준이지만 환급 규모가 5배 이상이고, 필수 가입기간도 2년 줄어들었다. 적어도 재형펀드처럼 실패의 운명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소장펀드 출시준비단은 전체 근로소득자 1571만여 명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799만여 명이 소장펀드에 가입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입률을 20%로 가정하고 한 달 불입금액을 평균 20만원으로 산정해도 매년 4조원가량의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소장펀드가 원금만 지켜도 세제 혜택으로 수익을 손에 쥘 수 있는 데다 앞서 출시된 장기적립식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고려할 때 가입자격만 된다면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

 소장펀드는 실적배당형으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이건 원금보장형인 재형펀드와 비교할 때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코스피가 2007년 이후 2000선에서 횡보하는 상황에서 장기적립식 펀드로 크게 손해볼 일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만에 하나 투자를 하지 않고 원금만 넣어두고 있어도 연말 소득공제에 따라 연 6.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어지간한 금융상품보다 낫다.

 이 때문에 소장펀드는 펀드시장에서 떠난 개인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모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투자협회 측은 “글로벌 금융경제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2007년을 정점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하강국면에 돌입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 절세효과를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를 주식형 펀드 시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많이 침체돼 있는데 소장펀드가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워낙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재형펀드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30개 자산운용사가 44개 소장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 소득공제 장기 전환형 펀드’에 ▶컨슈머G주식형 ▶성장유망중소형주식 ▶배당프리미엄주식혼합형 ▶Focus채권혼합형 등 4개 상품을 마련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장기소득공제 엄브렐러펀드’ 아래 ▶삼성코리아인덱스주식형 ▶삼성코리아중소형50채권혼합형 같은 2개 상품을 출시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소득공제 전환형펀드’에 ▶네비게이터 주식형 ▶네비게이터 채권혼합형을 준비했다.

 일반형에는 현대자산운용의 ‘현대플러스 장기소득공제 증권자투자신탁 1호[주식]’, 한화자산운용의 ‘Smart++ 인덱스 소득공제 증권자투자신탁[주식]’, KDB자산운용의 ‘KDB 코리아 인덱스 소득공제 증권자투자신탁[주식]’, 신영자산운용의 ‘신영 마라톤 소득공제 증권자투자 신탁[주식]’ 등이 있다.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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