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울산기상대 … 날씨예보 걱정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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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번 주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습니다.”

 기상캐스터의 단골 코멘트 중 하나다. 평년 기온이란 ‘최근 30년간의 평균 기온’을 뜻한다. 하지만 이 코멘트가 울산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주택이 밀집한 중구 북정동 울산기상대가 내년 8월께 중구 서동 산등성이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1932년 관측을 시작한 울산기상대는 지난 82년간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데이터를 쌓아왔다.

  현 울산기상대가 있는 곳은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2007년 8월)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상대가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내는 열기 등으로 정확한 관측이 어려워진다. 기상대가 있으면 아파트 높이가 제한돼 주민들의 이전 요구도 거셌다.

 기상대 이전이 불가피해졌지만 이전 예정지의 해발고도가 82m로 현 위치 34.7m보다 47m가량 높은 게 문제점이다. 서동이 측정 기준이 되면 북정동에 비해 기온이 1~3도가량 낮게 측정될 수 있고 눈·비도 북정동과 달리 내릴 수 있다. 북정동 중심의 기상정보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울산기상대 방주영 예보관은 “기상대가 옮겨가면 새 장소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산기상대는 서동 이전 뒤에도 1년간 북정동에서 관측을 계속하기로 했다. 두 곳의 기상을 모두 관측해 차이점을 조사해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기상대 이전은 대구·전주에서도 있었지만 해발고도 차이가 작아 기상데이터 사용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울산기상대 새 청사는 1만㎡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오는 10월 착공된다. 자동기상관측장비 와 운고·시정·운량계 등 첨단 관측장비가 갖춰진다. 사업비는 137억원.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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