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낮네요 … 씨티·농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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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예금 금리는 떨어졌는데 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은행이 예금이나 회사채로 조달하는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의 신규 대출 금리는 과연 얼마나 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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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2월 대출(공시는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부터 은행들의 신규 대출 금리를 비교 공시하고 있다. 대상은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3가지다.

 먼저 지난해 2월 신규 대출 금리와 가장 최근인 올해 1월의 신규 대출 금리를 비교해 봤다. 이 기간 중 은행권 신규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 금리는 2.93%에서 2.64%로 떨어졌다. 11개월 동안 0.29%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은 보통 코픽스와 같은 기준금리에 고객의 신용도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 금리를 정한다.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하락하면 전반적인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은행에 따라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하락 폭은 코픽스 금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평소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에서 지난해 2월 대구은행의 대출 금리는 4.31%였지만 올해 1월엔 4.47%로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대출 금리도 연 4%에서 연 4.03%로 인상됐다.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이 기간 중 대출 금리를 0.4~0.5%포인트 내린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국민은행 여신상품부 관계자는 “당시 정책적으로 분할상환 대출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일시상환 대출을 받게 돼 금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한국씨티은행(3.49%)과 제주은행(3.79%)이었다. 높은 곳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4.78%)과 대구은행(4.47%)이었다.

 원리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에선 기업·외환·전북·SC·국민·광주은행의 금리 하락 폭이 코픽스 금리보다 작았다. 지난해 2월 기업은행의 대출 금리는 4.09%였지만 올해 1월엔 4%로 0.0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 기간 중 가산금리를 소폭 올린 것으로 나온다. 같은 기간 외환은행도 대출 금리를 4.07%에서 3.96%로 0.11%포인트 내린 정도였다. 반면 신한·우리·하나은행은 0.3~0.4%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1월 대출 금리는 한국씨티은행이 3.6%로 가장 낮았고 하나·광주은행도 각각 3.61%였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상환 대출보다는 원리금을 함께 갚는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대출의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4.47%)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4.46%)이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산업·외환·신한·대구은행의 금리 하락 폭이 코픽스 금리의 변동 폭보다 작았다. 은행별로는 농협(4.74%)과 기업은행(4.98%)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씨티은행(7.18%)과 SC은행(6.81%)의 금리가 높았다.

 은행들은 다양한 해명을 내놨다. 기업은행 개인여신부 박철웅 팀장은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준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늘면서 가산금리가 오른 것처럼 나왔다. 실제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신용대출은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신용대출의 경우 다른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저신용자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 대출 금리가 높다 ”고 밝혔다.

  은행에 따라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에겐 기준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를 깎아 주지만 저신용자에겐 가산금리를 오히려 높이기도 한다.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신용대출)에 따르면 국민·우리·하나·외환은행은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의 가산금리를 낮추고, 저신용자의 가산금리는 높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고신용자의 가산금리를 높인 반면 저신용자의 가산금리는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배·이지상 기자

◆코픽스(COFIX, Cost of Funds Index)=국내 9개 대형 은행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해 산출하는 자금조달 비용지수다. 잔액 기준 코픽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단기 코픽스로 구분해 공시된다. 9개 은행은 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은행과 농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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