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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소 원정 레슬링 선수단 정동구 코치 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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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1일부터의 경기에 앞서 10일은 대회개막식이 거행되는 날.
우리는 이날 상오 7시에 일어나 약 1시간동안 체중조절운동을 가졌다.
「그레코·로만」형의 출전선수 중 강용식·백승현이 약간(1.5kg∼2kg)의 체중「오버」로 나타났으나 모두 양호.
점심식사 후에는「호텔」에서 멀지 않은 학교체육관에서 실내축구로 몸을 풀었다.

<관중 옷차림 울긋불긋>
이 체육관에는 30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계단식 구조의 대형「사우나」시설이 있는데 실내 나무기둥에서 송진이 흘러내린다.「사우나」실은 물론「스펀지·매트」의 연습장이 모두 훌 륭.
하오 7시에 시작된 개회식엔 주최측의 요청대로 단장·「코치」외에 선수 5명만 참가했다. 대회장인「스포츠·팰리스」좌우 벽에 33개 참가국기가 걸려 있는데 유난히도 선명한 태극기는 왼쪽 벽 맨 앞에 게양되어 있었다.
소련당국이 대회준비에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 역 연,「스포츠·팰리스」의 안팎은 산뜻하게 단장돼 있었다.
「스탠드」엔 5천여 명의 관중이 완전히 자리를 메웠는데 축제에 나온 듯 울긋불긋한 옷차림들이 화려했다.
이 대회장은 물론,「레슬링」국 답 게「민스크」시는 온통 대회「무드」에 젖어 있었다.
대회「플래카드」가 주요도로 곳곳에 걸려 있었고 신문과 TV는 대회 PR과 참가국 선수단의 동정을 크게 보도했다. 군악대의 행진곡에 맞춰 한국선수단은 33개국 중 11번째로 입장.
간단한 의식을 끝내고 퇴장할 때 유독 우리선수단이「스탠드」를 향해 손을 흔들자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대했다.
인상깊은 것은 식후의 특별행사. 먼저 「레슬링」의 발달과정을 「필름」으로 보여주더니 어린 소년소녀들이 「러시아」고유의 민속춤이 가미된 「매스·게임」과 무언극, 그리고 경쾌한 「포크·댄스」를 펼쳐 우리는 소련관중과 함께 손뼉을 치며 즐겼다.

<캄보·밴드가 재즈 연주>
또 역대 「올림픽」에서 우승했던 40대 이상의 역사 15명이 소련 각 지방 특유의 「레슬링」을 시범했고 9인조 「캄보·밴드」가 나와 흥겨운「재즈」를 연주하기도 했다.
하여튼 일본·미국·터키·이란 등 서방세계에서 거행된 어느 대회에서도 보지 못한 다채로운 공개행사를 뜻밖에 보게되어 사ant 어리둥절해질 지경이었다.
음악에 맞춰 환호하고 손뼉 치며 무언극에 박장대소하는 5천여 소련관중의 모습은 이때까지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희한한 광경이었다.
11일 드디어 열전에 들어갔다.「그레코·로만」형 경기. 이 경기는 상체만 갖고 공격과 수비를 하는 것으로 팔이 긴 서구인이 크게 유리하다. 한국은 64년에 시작한 후 이번 대회참가는 다만 내년 「올림픽」을 겨냥한 훈련과 탐색이 주목적.
백승현 선수는 이날 서전에서「멕시코」의「몬테리아노」를 일방적인 공격 끝에 가볍게 「폴」승을 거두고 강용식은 일본선수에 5-4의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 각각 2차 전에 나갔다. 그러나 김해명은 강호인 일본의「고바야시·다께시」에 8-3으로 판정패했다.
7시부터 속개된 야간 경기에선 실망의 연속. 백승현이 소련선수에 판정패, 김해명·강용식도 모두 동구선수에 패하고 말았다.

<휘슬 판단 잘못, 판정패>
김해명은 이 경기에서「헝가리」선수를 맞아「폴」승을 선언하는 주심의「휘슬」에 따라 손을 놓고 일어났는데 주심이 돌연「노·폴」을 선언, 결국 8-7로 판정패 당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12일 이틀째 경기에서 부전승한 백승현만 남기고 강용식이「폴란드」에 또「폴」패, 탈락했다.
백승현은 기술과 체력에서 조금도 뒤떨어짐이 없었으나 결단성 부족이 흠. 이점을 충고 받은 백승현은「터키」선수와의 4차 전에서 겨드랑을 파고드는 옆 굴리기 공격으로 착실히 득점, 6-2로 이겨 벌점 5가 되었다.
13일 백승현은「루마니아」의「알렉산드루·콘스탄틴」과 숨막히는 사투를 벌인 끝에 간신히 판정승. 그런데 상위를 달리던 소-일본 선수가 패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입상의 희망은 유지되었다.

<태극기 게양 땐 눈물만>
「메달」여부가 판가름나는 대망의 14일. 백승현은 전에 3전3패를 당한바 있는 숙적 일본의「히라야마」와 격돌, 필사적이고 적극적인 선제공격을 퍼부었으나「히라야마」의 노련미에 고전하다 아슬아슬하게 8-8로 비기고 말았다. 그러나 선취득점과 큰 점수 3점 때문에 승리는 백승현에게 떨어졌다.
주심이 백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올림으로써 소-터키에 이어 한국선수단은 첫 동「메달」을 획득하는 감격에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만장의 관중이 주시하는 가운데 거행된 시상식에서 백승현은「엘시간」국제연맹 회장으로부터「메달」을 수여 받았고 드높이 게양되는 태극기의 모습에 우리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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