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4) 여름과 가을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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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23일 6호태풍「리타」호가 동해북부해상으로 빠져 나가면서 우리나라의 날씨는 가을철로 접어들었다.
하룻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는 성질이 완전히 다른 기단(기단)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해양성고기압이 우리나라에서 물러가고 한랭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밤이 깊도록 기온이 25, 26도선에서 머무르며 잠자리를 괴롭히던 것이 하룻새 변했으니 자연의 조화를 직접 느꼈다고 할까. 그러나 아직 한낮의 햇별은 따갑게 느껴진다.
올 여름은 장마가 고르지못해 예보관들을 골탕 먹였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변덕스러운 일진일퇴로 강우전선의 남북진폭이 컸고 「장마의 휴식」이란 새로운 낱말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강우량은 예년과 비슷하였으며 전국을 마치 꽃밭에 물주듯 골고루 비가 뿌려 농작물에 큰 도움을 주었다.
지금까지의 통계로는 올여름 홍수피해가 수년안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초순까지 1개밖에 발생하지 않았던 태풍은 중순에 들면서 「메이티」「니나」「오라」「필리스」「리타」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메이티」와「필리스」가 일본사국지방을 강타하고 동해로 접근할 때는 모든 예보관들은 초긴장속에 근무했다.
남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피서를 간다지만 우리는 빗발치는 문의전화「벨」소리를 파도소리로 알고 근무해야했다. 동지나해에서 태풍이 북상중일 때는 해풍의 진도를 지켜보며 무더운 여름밤을 꼬박 세우기 일쑤였다.
태풍이 피해없이 스쳐갈 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산과 바다에 피서를 간 것 이상으로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박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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