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사」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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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학의 탐구 열이 고조되고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 요구되는 요즈음 삼국시대이전의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철학을 집대성하는 『한국철학사』가 곧 출간된다.
한국 철학회(회장 김태길)가 주관하여 금년2월부터 77년 말까지 3차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이번 출판사업은 국내철학자가 총동원되다 시피 하여 해방30년 동안 철학계가 연구해온 업적을 망라한다.
1차 연도인 금년에는 상고시대부터 고려에 이르는 동안을 불교·도가·유가를 중심으로 금년 l0윌 말까지 l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고려 초부터 경성제 대에 철학과가 생기기 전까지 성리학과 실학을 중심으로 다루며 3차 년도인 77년에는 서양철학의 수용과 한국철학과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엮는다고 한다.
이제까지 국내에는 기간 본으로 2종의『한국철학사』가 나와있으나 그중 하나는 한문식 서술로 근세 철학적 방법론을 도외시했던 것이기 때문에 일반은 물론 학자들 간에도 경원시 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서양철학의 형식과 용어에 한국철학을 맞췄기 때문에 한국철학사의 진면목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일본에는 최근 북괴의『조선철학사가 일역되어 유물론에 의거한 북괴의 철학이 한국철학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철학회 총무인 이남영 씨(서울대)는 이번의 편찬으로 위와 같은 오류와 오해가 풀릴 뿐만 아니라 한국민족의 철학사상을 문제중심으로 체계 있게 파악함으로써 한국철학의 세계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철학계 일각에서는 사상사적 배경이 없는 철학사의 출간이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한국사상에 대한 연구의 토대 위에 철학사의 존재가치를 찾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아무든 한국 철학계 전체에서는 편찬사업이 끝나는 77년 말께에 가면 이제까지의 성과와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본격적인 한국철학의 연구는 그때부터가 아니겠느냐고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다음은 집필자와 제목(1차 년도 분)
△박종홍(청와대 특별보좌관) 한국철학사 서장(학문적 가치) △김충렬(고대)한국철학사 서장(삼국시대이전) △이남영(서울대)고구려의 불교철학 △황성기(동대)백제의 불구철학 △김지견(동대)신라의 불교철학 △이종익(동대)고려의 불교철학 △이상은(고대) 삼국의 유가철학 △이을호(전남대)고려의 유가철학 △안병주(성균관대) 고구려의 도가철학 △송항용(건대)백제의 도가철학 △차주환(서울대)신라의 도가철학 △배종호(연대)고려의 도가철학 △김충렬(고대)통일신라시대의 철학사상 △이기백(서강대) 나말여초 사대의 사상적 경합 △김철준(서울대)고려시대의 역사적 자각과 민족의식 △이남영(서울대)성리학 전후 유학의 사상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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