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는 「윌슨」의 사꾸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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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의 「히드」는 「윌슨」수상의「사꾸라」아냐?』-.
수상까지 지낸 「히드」는 보수당의 증진이면서 여당인 노동당의 정책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나선 탓으로 하는 말인가. 그것도 당은 가만있는데 자기 혼자서 그러고 있다.
「윌슨」이나 여당인 노동당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그래서 임금과 물가의 무시무시한 상승을 억누르려는 「윌슨」의 정책은 여러 모로 덕을 보았거나 적어도 큰 힘을 얻고 있다.
보수당 측으로서는 「월슨」이나 노동당이란 하루빨리 물러날수록 좋은 커다란 정적이다. 그런 판에 보수당의 중진이 정적의 정책을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지지해 줄 것을 열변을 토해가며 호소하고 나서다니-「인플레」의 억제라는 것이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정말 이럴 때 안 쓰면 「사꾸라」라는 말이 아깝다.
이쯤 되면 그의 정치생명은 슬슬 시들어져야 할 판인데 좀 이상하다.
가끔 이런 소리가 들린다.
『역시「히드」란 그릇이 크단 말야. 속물들과는 다른 점이 있거든!』
또 일부에선 「히드」가 보수당 영수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풍문까지도 들린다.
『아하, 그렇게 되면 「히드」는 「사꾸라」치곤 왕「사꾸라」가 되겠구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하나의 기막힌 역설도 있다.
실상인즉, 거꾸로「윌슨」이 「히드」의 「사꾸라」라는 거다.
왜냐? 물가·임금의 법적 규제란 「히드」가 수상으로 있을 때부터 구국신념 아래 누구보다 앞장서 주장해 온 그 자신의 정책이었었다. 그가 광부들과의 대결 끝에 정권에서 밀려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윌슨」이 보수주의자「히드」의 「사꾸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감정이나 인물에 앞서 「정책」이 있다는 데에 영국적 정치의 금도가 있는 것인가.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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