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거북걸음, 한국은 토끼뜀-영국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국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용접공의 생산성은영국노동자의 3배 가량이나 된다. 무슨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한국은 비공산 세계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룰 것은 분명하다.』
이건 얼마전 서울을 다녀온 영국의 한 이름있는 금융가가 「런던·타임스」지에 큼직하게 낸 기고문 속의 한 귀절이다.
이에 앞서 이곳 섬유업계를 대변하는 한 하원의원의 입을 빌어 한국경제는 이렇게 소개된 일이 있다.
『한국이나 비슷한 나라들로부터 우수한 섬유제품들이 이곳의 3분의1도 안되는 싼값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영국의 업계가 비틀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수입통제책을 강구해야한다.』
「무섭게 일하고 무섭게 성장하는」 한국의 기업이나 경제라는게 한편으론 칭찬, 한편으로는 경계의 대상도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타임스」 「이코너미스트」, 또는 BBC방송 같은 유력한 여론조성기관들이 작금 심심찮게 한국의 이런 「약진상」을 감탄사를 붙여 전하고있는데 성장률이래야 줄곧 1또는 2%정도를 오르내려온 영국으로 쳐서는 한해 평균 10%운운하면 그 구체적 의미야 어떻든 계수만으로도 좀 곧이 듣기 어려울만한 얘기다.
게다가 한국이나 「아시아」측 제3세계란 그저 땅이나 파먹고 사는 지역이라고 여겨온게 엊그제까지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게 대관절 어떻게된 영문이냐』라는 거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또 하나의 까닥은 『남은 이렇게들 한다는데 우리는 어째서 이 모양 이 꼴이냐』라는 식의 질문을 이곳의 기업들과 노동자들에게 던짐으로써 그들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노동은 최소로, 보수는 최대로」라는게 요금 노동자는 물론 경영진들에 대해 갖는 이곳 사람들의 지배적인 생각이고 보면 이곳 「매스컴」들이 『남들을 보라』는 소리를 지르고싶을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경탄」이 자칫 경계나 반발로 꼬리를 잇게 튄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
『값싼 상품의 홍수를 막자』는 등 일부 업계나 노조측의 보호주의적인 요구에 대해 영국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그런 통제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나 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전통적인 지향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야기할 보복은 궁극적으로는 비생산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영국이 한국이나 세계 신흥국가들과의 관계엣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아주 빽빽한 경쟁자적 논리에 맡기느냐, 좀 어수룩한 얘긴진 몰라도 흔히 하는 말로 번영을 위한 호혜적인 상대자로서 상조하느냐다.
앞서 말한 금융가의 글은 호혜적인 입장이었다. 그것은 지금 이곳 정부의 입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고 싶어진다. 순전히 성장률이라는 계수만을 놓고 보면 영국은 거북, 한국은 토끼격이다. 우화에서처럼 거기엔 다같이 강점도 약점도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런던=박중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