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로 긴장한 영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누구냐. 수상이냐, 광부냐?』 질문부터가 좀 우습다. 게다가 그게 민주의정의 모체 운운까지 해온 영국얘기라면 한결 해괴해진다.
그러나 지금 영국에서는 바로 이걸 놓고 한바탕 볼만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는 임금의 상승율을 10%를 넘지 못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그것을 법적으로라도 강제하겠다는 것을 노동당 정부가 선언했다는데서 연유된 다툼이다.
물론 영국으로선 그런 조처가 우선 겨냥한 경제면에서의 효과만을 놓고 본대도 그 뜻은 크다.
지난 한해 영국의 노동자 대금은 30%를 넘는 폭발적인 기세로 올랐다. 그것이 주인의 하나를 이뤄 올 상반기 동안만도 소비물가는 25%나 치솟았고 연말에 가선 그게 50%를 넘어도 놀랄게 없게 됐다. 거꾸로 「파운드」화는 자꾸 떨어져 지난 4년 동안 주요국 통화들에 비해 28%이상이나 실효를 감가 당해왔다.
이러한 사태가 조만간 가져올 경제적인 총 파탄을 막기 위해 임금의 상승율을 3분의1 이하로 꺾어 내리고 「인플레」도 내년 내로 10%를 못 넘게 하겠다는게 이번 조처의 골자다. 그것만으로도 꽤 큰 결단이다. 그러나 그게 얘기의 전부라면 흥분할 것까지는 되지 않는다.
흥분하는 것은 「윌슨」정부의 이 「10% 선언」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도전적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그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광부여야 하는가?』라는 질문까지가 고개를 드는 거의 무정부적 또는 준혁명적 혼란에 선전하는 행정부의 포고였대도 잘못은 아니다. 그것도 「윌슨」이 「알리」에게 도전하는 「버그너」쪽의 「약세」의 입장에서 한 것이고 보면 관전적 흥미가 적을 수 없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번 「윌슨」이나 장상 「힐리」가 내논 임금상승의 강권적 억제라는 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란 저절로 뚜렷해진다. 그것은 위기 속의 나라를 다스린다는 집권자로서의 수임사항이 광부건 자본가건 사회의 부분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의적 실력집단들의 압력으로 농단될 수는 없다는 걸 결의했다는 것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더 이상 광부들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도시 노동당이란 노조에서 탄생된 정당이다. 지금도 노동당에 노조는 힘의 밑바닥이요, 최대의 정치적 동맹군이다.
본질적으로 계급정당인 노동당은 부의 형평한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형태로의 희생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구조로 삼아온 터다.
그들에겐 임금인장이란 분배의 형평화를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그런 주장을 내세워 버틸 무기를 쥐고 있다. 의회와 내각 안에 좌파동조자들도 있다.
여기서 「윌슨」의 「10%선언」은 또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것은 노조 과격파와는 달리 국가적 위기의 수습이라는 것을 정당 또는 계급으로서의 이익이나 「도그머」에의 서약에 우선하는 것으로 간단한 「윌슨」정부의 선언의 굵은 뼈다귀는 뚜렷하다.
「윌슨」 정부는 지금까지 민주의정의 질서까지를 위협해 온 위기를 걷잡기 위해 필요하면 강력한 법적 제재를 통해서라도 행정 권력이 설정한 우선의 목표를 향해 당내 반란을 무릅쓰고라도 밀고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노조, 특히 과격좌파들이 이에 호응할 것인가? 아직은 누구도 자신 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는게 한가지는 있다. 그것은 「윌슨」정부의 결단이라는 것이 끝내 무위로 돌아간다면 영국에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누구냐?』가 질의되는 따위의 반혁명적 사태는 갈수록 엄청나게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런던=박중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