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세와 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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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설된 방위세법의 시행령까지 마련됨으로써 16일부터 본격적인 징수가 시작되었다.
심각한 불황기에 맞게되는 대규모 증세인지라 세정당국은 세수목표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징수 과정의 여러 마찰 요인을 원활히 조절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방위세 부가 징수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은 이미 각계에서 지적되었고 국회심의 과정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으므로 세정당국은 이 같은 그간의 여론을 염두에 두고 보다 무리 없고 조화된 세정이 이룩되도록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
비록 정부원안에 비해 1백29억원이 삭감되었지만 아직도 세수총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므로 징세에 따른 경제적 파급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는 제반조치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파급으로는 물가에의 영향을 들 수 있겠다.
방위세 부담에 따른 추가적인 원가상승 요인을 어떻게 홉수하느냐에 따라 그 파급도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경제기획원은 방위세로 인한 제품의 원가상승 요인중 2%까지는 기업이 자체 흡수하도록 하고 추가부담율이 2%를 넘는 품목은 개별심사를 거쳐 가격인상을 허용할 것이라 한다.
조세원리상 간접세의 소비자 전가 금지가 가능할 것인지를 논외로 한다면 우선은 이 같은 조치가 소비자 부담을 덜고 물가파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일 수는 있겠다. 다만 문제는 기업이 자체 흡수해야 할 2%라는 한도를 어떻게 명료하게 구분할 것인지, 또는 현행의 물가·조세행정력으로 과연 자동적인 소비자 전가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전자에 관해서는 물가당국의 원가자료가 얼마나 정확하고 체계적인가에 달린 문제다. 설사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방위세가 부가세이기 때문에 여러 세목의 추가부담을 종합하여 원가변동의 시간적 누적치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불황의 심화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업종에서는 자체 흡수 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문도 있을 것이다.
반면 물품세 과세대상 중에는 소비자에 전가되어도 큰 영향이 없는 부문도 적지 않다. 따라서 부담증가의 소비자 전가 여부는 획일적으로 한계를 정해 구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보다 다양한 기준을 마련하여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원가부담 압박이 가중되어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이 허용되더라도 여하한 변승요인이나 유통과정의 부당거래 행위도 강력한 행정력으로 막아야 함은 물론이겠다.
물가당국의 약속대로 원가상승율 2%미만 품목의 출고가 억제가 실효성 있게 지켜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나 징세 주무부조차 소비자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고 보면 언젠가는 결국은 모두 가격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특히 방위세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세는 그 자체 수입 억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나 물가에의 파급도도 가장 높은 부문이므로 전반적인 물가체계가 다시 한번 파란을 겪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물가고 속에서 겪게될 증세부담은 결국 임금인상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므로 정부로서도 임금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모색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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